‘낯설게 하기’가 주는 변화와 가르침
상태바
‘낯설게 하기’가 주는 변화와 가르침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 기호일보
  • 승인 2020.03.18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황규수 동산중학교 교감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이미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네요.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이겠지요? 잘하고 있겠지만 계속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여러분들의 안전을 위해 개인 위생관리에 많이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긴 휴업으로 여러분들의 학습 공백이 우려돼 도움을 드리고자 붙임자료에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활동이 안내되어 있으니 부담 갖지 마시고 입학 전에 꼭 활용토록 해보세요. 

위의 글은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중학교 입학생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의 앞부분이다. 예년 같았으면 이미 신입생 예비소집과 함께 반 편성 및 교과서 배부를 끝내고, 입학식 이후에는 2박 3일에 걸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마쳤을 때인데,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는 우리 학교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입학 및 개학 연기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생활 및 학습지도에 대한 안내문을 단체 문자로 발송할 뿐만 아니라 학교 홈페이지에도 탑재하는 것으로, 신학년을 시작하게 했다. 

학교 홈페이지의 경우 폰트 관련 소송 등으로 그 사용이 다소 위축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랄 정도로 많은 조회 건수를 보였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작금의 현실에 답답해 하는 듯했다. 이에 우리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학교가 안내자가 될 수 있는 쌍방향 소통 방법을 모색하게 됐다. 

그래서 교사 전체 밴드뿐만 아니라 학년별 학급담임 및 교과담당 교사의 카톡방을 개설해, 전체 의논 사항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등의 수시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그리고 학년 전체나 학급 카페, 밴드, 단톡방 등을 개설해 교사가 학생 및 학부모들과 생활과 학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통로도 더욱 체계적으로 갖춰 활용하게 됐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이전과 다르게 낯선 변화를 학교에 많이 가져왔다. 특히 온라인 수업은 지금까지 일반 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미이수 교과 및 미개설 선택과목의 학습 기회 제공과 건강장애 학생 및 학생 선수 등의 학습 지원을 위해 부분적으로 활용되긴 했지만, 이처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면적으로 시행된 것은 아마 처음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제 시대가 바뀜에 따라 미래교육, 미래학교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우리 학생들은 이와 같은 방식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다. 

방학이 끝났는데도 텅 빈 학교 교실과 운동장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다. 제2의 류현진과 최지만을 꿈꾸면서, 어둠을 조명 불빛으로 밝히며 열심히 운동하는 야구선수들의 모습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일상 생활의 정경이 어디, 학교에서만 눈에 띄는가? 마스크 2장씩을 사려 약국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도 없는 교회와 환자 없는 일반병원 등도,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한 풍경을 이루는 대상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보낸 일상의 고마움을 새록새록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를 잘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가 하면 기도하는 손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학 학창 시절 문학원론 시간에 접한 ‘낯설게 하기’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낯설게 하기’는 일반적으로 친숙하거나 인습화된 사물이나 관념을 특수화하고 낯설게 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갖도록 표현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그래서 이는 처음에는 지각의 갱신에 기여하지만, 많이 접하게 되면 처음 읽었을 때의 신선한 충격에서 벗어나 낯익음이 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낯선 일상 생활의 모습도 조만간에 낯익게 느껴지는가 하면 이후에는 다시 과거의 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더욱이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가져다 준 충격마저 쉽게 잊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재앙의 고통이 다시 온다 해도 그 굴레에서 곧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