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지난 15일 시사 편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역사자료관을 재단장하고 조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서울역사편찬원과 같은 별도의 독립기구를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의 실현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다. 최근 불거진 역사자료관 폐쇄 논란을 비롯한 그동안의 시 행정이 시사 편찬 기능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검토’라는 모호한 시점과 편찬원 체제로 가기 위한 단계와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은 문제도 있다.

본보는 인천시 시사 편찬 기능 강화를 위한 과제와 논점을 총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역사자료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역사자료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시사 편찬 기능을 강화하겠다던 인천시 행정은 거꾸로 갔다. 지난해 8월 조직 개편으로 시사편찬팀이 꾸려질 당시 시는 팀제를 역사편찬원 설립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설명했다. 서울의 역사편찬원처럼 한 번에 전환하기 어려워 단계를 밟아 가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팀제로 전환된 후 오히려 조직의 연구 기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시사편찬위원회 사무실이자 자료실, 세미나실 등으로 쓰인 중구 옛 시장관사의 역사자료관을 대안 없이 폐쇄하려 한 것이다. 사무실만 본청으로 들여오고 연구자료들은 도서관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계획은 결국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대안공간을 마련할 때까지 옛 시장관사의 세미나실을 임시 사용하기로 논의되면서 일단락됐으나 시가 시사 편찬을 등한시했다는 오점이 남았다. 시에게 역사자료관은 시장관사 개방을 위해 비워야 할 공간이었을 뿐 기능 강화를 위한 자료관의 역할이나 장소성 등 우선돼야 했던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역에서는 시의 시사 편찬 기능 강화 계획에 실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시사 편찬 기능 강화가 무엇인지, 이를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는지 등의 본질적인 고민과 과제들이 내부에서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직 문제 역시 계획만 번복하며 신뢰를 잃었다. 시는 시사 편찬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5급 팀장을 추후 개방형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계획을 사실상 무산시켰다. 오는 7월로 전환 시기까지 거론했지만 다시 조직의 안정화를 명분 삼아 내부 학예관을 두는 쪽으로 선회한 상태다.

원칙 없는 행정 속에 실질적인 기능 강화는 뒷전이 됐다. 시는 지난해 4월 역사달력 오류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사 편찬 조직의 자문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지역 각 유관기관이 인천역사에 관한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시사편찬위원회의 사전 심의(자문)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조례 개정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이렇다 보니 단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시민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면 이번 계획 또한 시 내부의 추상적인 구상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사편찬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금까지 봤을 때 시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만든다는 것은 곧 안 한다는 것과 같다"며 "시간만 끌지 말고, 모든 과정들을 투명하게 알리고 학계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사 편찬 조직 기능 강화는 지난해 팀제로 직제가 상향됐고, 인력 보강도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중장기 로드맵이나 역사자료관 이전 시기를 말할 수는 없지만,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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