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코로나19 위기에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1월 31일 중국인을 포함해 2주 이내에 중국에 체류했던 모든 외국인이 미국 입국을 막는 재빠른 조치를 강구하고 ‘계절마다 찾아오는 독감의 한 종류’로 크게 우려할 바 아니라고 큰소리쳤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미 철저하게 통제되고 관리하에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위기를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의 비판은 ‘제2의 탄핵 시도’로 치부하면서 무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과 조처는 대중에게 경각심을 주고 방역 대책을 세워야 할 관련 책임자들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는 역할을 했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 학교, 회사 등을 일시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경고한 보건 당국자는 그에게서 호통을 듣고 움찔해 뒤로 물러섰다고 한다. 

이 당국자의 경고 중 일부가 현실화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미 미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야 했고, 50개 주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일부 전문가들은 10만 단위의 사망자가 생기며 미국 의료체계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까지 비관론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자신에게 도래한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했다.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의 도전은 처음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절차와 규범을 무시해 습관적으로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트럼프식 리더십은 이제 절체절명의 난간 위에 오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웃나라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의 대처법은 자국민과 국제사회에서 함께 평가 받는 입장에 놓였다. 코로나19의 발원지로 지목돼 온 중국은 처음부터 ‘봉쇄와 셧다운’을 택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통제 시스템으로 도시 봉쇄, 주거 이동 제한, 공장 가동 중지 등 전격적인 조치를 취해 발원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 치열했다. 이 방식이 먹혔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안정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리와 이탈리아, 이란 등 우호국가에 위로 전문을 보내는 등 여유를 보였다. 일본은 중국과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소극적 접근과 비밀주의’였다.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트라우마를 떨쳐내려는 아베 총리의 이런 조처는 전염병 확산에서는 가장 무지한 방식으로 지적받고 있다. 처음 크루즈선 집단 감염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더니 이제는 전국에서 속속 감염 사례가 쏟아져 나왔지만 검사조차 최소화하고 있다.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이 드러나면 올림픽이 물 건너가는 건 물론이고 아베의 정치적 운명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중국과 일본의 조처와 상당히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에 맞선 나라는 우리나라였다. 문재인 정부는 ‘공개와 전수검사’를 택했다. 야당으로부터 중국인 입국 금지 등의 공격 속에서 의아할 정도로 공격적 대응 방안을 택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한 개신교에서 폭발한 감염 사태 속에서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 염려하는 가운데 매일 1만 명씩 20여만 명 넘게 검사해 확진자를 찾아내고 동선을 공개해 자율규제를 유도하는 이 조처는 일단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한국형 바이러스 대응 모델’로 전염병 조기 종식까지 과연 가능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협력을 요청하는 외국의 수는 늘어나고 있어 중·일에 비해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종식에 성공한다 해도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건 절대적 과제다.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유력하다. 

특히 20세기까지 열강의 먹잇감이었고 패전국과 식민지였던 동북아 세 나라의 경우는 지난 50년 동안 성장과 번영을 한꺼번에 까먹을지도 모르는 중차대한 상황이다. 역병은 언젠가 멈춘다. 그러나 성장 지향의 국가 목표 속에서 더 강력한 전염병과 더 심각한 자연 재난이 발생해 더 많은 생명을 위협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을 동북아 삼국의 리더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공동 발전을 위해서라도 역내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꼭 교훈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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