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가 덮친 대학의 모습은 아마 대학이 생긴 이래 처음 겪는 풍경일 것이다.  학생이 없는 강의실도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난 교수들 첫 인사가 "인터넷 강의 올렸어요?"이다. 그동안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듯이 보였던 인강(인터넷 강의)이 어느 날 갑자기 내 문제가 된 것이다. 앞에 놓인 첨단기기도 생소하기도 하지만 학생 없이 하는 강의가 여간 적응하기 쉽지 않다. 

사실 인류가 만든 교육시스템도 몇 번의 큰 변화를 겪어 왔다. 기원전 공자가 소규모 사설학원을 시작한 이래 근대에 들어와서 대규모 교육시설인 대학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제 이 대학이 인터넷과 역병으로 인해 다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인터넷 기술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강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언어도 그리고 시간, 장소도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이 됐다. 원하는 교육을 얼마든지 싼값에 받을 수 있는 교육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미 학생들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강의에 익숙하다. 일반 고교에서 인강이 수업을 대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뿐더러 집에 가는 전철에서도 인강을 통해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교육 환경 변화는 실로 엄청나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솜씨 좋은 교수들이 인강을 만들어 수업의 일부를 대체하기도 했지만 정규 수업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코로나19 덕에 인강이 모든 교수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린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인강은 무엇보다 교육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경제 효율성이 큰 것이 장점이다.  일단 만들어만 놓으면 CD처럼 백만 번 계속 틀어도 돈이 한 푼도 안들 뿐 아니라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시청할 수가 있다. 얼마든지 돌려도 돈이 안든다니 교육사업을 하는 단체 입장에서는 이처럼 매력적인 것이 없다.  

대학에서도 이 점을 놓칠 리 없다.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소위 사이버대학이다. 인강만 규정대로 듣게 되면 일반 대학과 같이 대학 졸업장을 받기 때문에, 낮에 직업을 갖고도 수강할 수 있을 뿐더러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2년의 단기간에도 학위를 끝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사이버대학이 유명세를 타서 국내에서 대표적인 것만 해도 약 20곳이 넘는다. 물론 외국에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물론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마땅한 구속력이 없는 인강의 특성이다 보니 학생들이 10분 이상 집중하기 힘들다. 장시간 강의 진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강의 내용이 조금만 어려워도 학생들의 이해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일반 강의실에서라면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여러 방법을 쓸 수도 있지만 화면 내에서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수 입장에서도 동영상이 올라가면 자신의 기록으로 거의 영원히 남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공개되기 때문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이렇게 강의 내용에 조심하다 보니 무미 건조한 강의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업 효율성은 그야말로 최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싫든 좋든 이미 모든 대학이 인강 교육시스템을 마련한 이상 앞으로 학생들과 교수들은 인터넷이라는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교육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단점이라고 지적된 인강 문제들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곧 이어서 새로운 환경에 적절한 규범과 원칙 그리고 제도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설령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아 대학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대학은 시스템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인강 시스템을 구축한 이상 이를 그냥 방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진행돼 모든 대학이 사이버화되면 굳이 모든 대학이 똑같은 커리큘럼을 인강으로 제작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한곳에서 모든 강의를 인강으로 제작해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대학은 그야말로 평준화될 것이고 캠퍼스의 비싼 물리적 공간을 굳이 소유할 필요도 없어진다. 캠퍼스에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대학가에서는 교수의 엄청난 실업사태가 불을 보듯하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대학 교육의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정부가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어떤 권력에 의해 나라 전체에 대한 선동이나 세뇌도 가능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인강 시스템이 대학을 대체하는 날에는 대학의 권위와 가치를 상징하는 명예나 전통 등도 새로운 변화 속에서 잊혀지게 될 것이다. 신기술 대포에 참패한 중세 기사들이 예전 기사도를 추억 속에 간직하듯 말이다. 은행이 길거리에서 사라지듯 어쩔 수 없이 인터넷이라는 기술 앞에 대학도 같은 운명을 걷고 있다. 그 큰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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