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역사자료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시 중구에 위치한 역사자료관 전경.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시사 편찬 조직의 기능을 강화하겠다던 인천시가 동시에 연구원직을 없애는 절차에 들어갔다. 시사 편찬 업무가 행정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와 전문가 중심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함께 나온다.

시는 지난 16일 연구원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인천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인천시사 편찬 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원은 2000년 6월 전문위원 2명이 선발된 이후 최근 일반임기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시는 위원회에 소속 공무원을 두는 것이 상위 법령에 위반되기 때문에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조례가 개정된 이후에는 지금 형태의 연구원이 아닌 자체 인력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학계에서는 시가 조례 적용을 잘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원은 위원회가 아닌 시 문화재과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인천과 동일하게 연구원 조항이 있는 부산시에서도 외부 전문가 2명을 부서 소속 일반임기제로 채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체 인력으로 운영하겠다는 시 계획에는 전문성과 독립성 약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 연구원 자리가 순환보직으로 채워질 가능성 때문이다.

시는 공무원 조직 내부에서도 산하 박물관 등에 있는 학예연구사(현원 20명)를 배치하면 역사 분야에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역사학계는 학예사가 연구와 책자 발간 등을 한다고 해도 지역 역사를 기록하는 시사 편찬과는 업무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 직제에도 학예연구사와 편사연구사는 구분돼 있다. 시가 편사연구직을 신규 채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편사연구직은 국사편찬위원회 등 중앙에서만 선발해 왔으며, 지자체에서는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학예직을 두는 지자체에서도 시사 편찬의 주된 업무는 임기제 전문가에게 맡긴다. 대전시는 시사 편찬 연구원으로 학예직 1명과 임기제 1명이 근무하고 있다. 같은 연구원이지만 역사적 역량이 필요한 업무는 전문가로 채용한 임기제 연구원에게 맡기고 있다. 지역 역사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긴 호흡으로 연구를 이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다.

대전시 관계자는 "학예사는 업무가 순환되는데다 전문성이 있다고 해도 미술사·건축사 등 분야가 다양해 시사 편찬을 끌고 가는 중심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역사 역량과 장기적으로 시사 편찬을 하기 위한 업무 안정성을 위해서는 역사를 전공하고 지역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학계에서는 시가 시사 편찬 조직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확충해 나가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달우 인하역사문화연구소장은 "정치와 행정, 학문 등이 다 자기 자리가 있는데 학문적인 것까지 행정으로 재단하고 결정하려 하는 것은 너무 큰 과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연구원은 야사와 실록 등 수많은 전문서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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