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인천문인협회장
김사연 인천문인협회장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약국 앞에 장사진을 친 국민들의 원성을 들어보니 금년 4월 총선은 투표율이 높을 것 같다.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사월의 서릿발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꼬락서니가 이 모양이니 전쟁 터지면 싸울 총과 총알이나 제대로 갖추고 있겠어? 이런 정부를 믿고 국가 안보와 생명을 맡겨도 되는 거야?"

정부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마스크 준비를 소홀히 해 국민들이 생고생을 하고 있다고 분개하고 있다. 옛말에 사흘을 굶으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은 욕을 하는 사람을 가장 경멸했지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추운 아침에 두 시간이나 줄을 섰다가 바로 자기 앞사람에서 끊어지는 지경을 당하자 저절로 욕이 나오더란다.

누구를 향한 삿대질과 욕설일까. 처음엔 정부를 비평하던 대기자들은 화살을 약국으로 옮겼다. 보이지 않는 정치인들보다 눈앞의 약사들이 만만해 보였던가 보다. 도매상에서 할당받은 마스크를 약국에서 빼돌리고 판매하지 않는다는 의심조차 했다. 매점매석! 방송 보도도 처음엔 약국이 장난을 치는 것처럼 호도했다. 그래선지 친지 중엔 전임 약사회장 백그라운드를 동원해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삼백만 장의 마스크를 중국에 보냈다는 방송 보도로 약사들은 의혹의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달 전, 지방의 한 약사는 타이완의 경우를 들며 약국에서 5부제로 마스크를 판매해야 마스크 구입 혼란을 없앨 수 있다는 방안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렸다. 약국의 컴퓨터에는 환자가 약국을 돌아다니며 두 번 조제할 수 없고 처방 약과 병용하면 안 되는 약학 정보를 제공하는 DUR라는 시스템이 저장돼 있다.

이를 마스크 판매에 이용하면 1인당 중복 구매를 하지 못해 국민에게 공평한 구매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부는 이 주장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뒤늦게나마 시행하고 있는 약국의 마스크 5부제 판매는 이 난국에 일등 공신이 됐다. 원래 진정한 공신은 공을 위에 바치고 뒤치다꺼리나 하는 법이다.

내가 아는 약국은 약사 혼자 근무하는 나 홀로 약국이다. 평소에도 처방전 약을 조제하랴 매약을 판매하랴 정신이 없었는데 마스크 구매 손님 인적사항까지 등록해야 해 얼굴이 반쪽이 됐다. 차라리 마스크 판매를 포기하는 편이 현명할 텐데 약사라는 천직과 사명감 때문에 전산 입력을 다루는 아르바이트 직원까지 채용했다.

마스크 한 장을 판매하면 400원의 마진을 챙긴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코로나19 확진자와 대면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카드 수수료와 소득세, 직원 임금을 제하면 얼마가 남겠는가. 게다가 주민 편의를 위해 일요일 오후까지 반납하고 약국에 출근할 때 세 살배기 막내딸은 모처럼의 휴일만이라도 엄마와 함께 지내겠다며 눈물바다를 이룬다는 하소연을 듣는 순간 뜨거운 한숨이 나왔다.

요즘 나는 오래전 약국을 폐업할 때 보관하고 있던 방한용 면 마스크를 꺼내 빨아 사용하고 있다. 다중 모임을 피하고 밭에 가서 혼자 농사를 지으니 면 마스크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화 중 사이즈가 큰 비말이 날아가는 거리는 2m이므로 거리 간격을 두면 면 마스크라도 직경 5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내게 보건용 마스크 여유가 생긴다면 온종일 환자들과 대면해야 하는 약사나 의료인들에게 주고픈 심정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보건용 마스크의 효능은 8시간까지도 가능해 꼭 필요한 외출 시에만 걸치면 며칠간도 쓸 수 있다고 했다. 의료계도 예외 없이 마스크를 아껴 쓰고 있는데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정부가 의료계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좀 더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망발을 해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계의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생산량 부족으로 고작 250매의 공적 마스크를 복잡한 절차를 거쳐 125명에게 판매하라고 해 약사와 국민들이 아우성치는데 의료계에는 넉넉히 공급하고 있다는 말을 이 나라에서 그 누가 믿겠는가. 결국 생존을 위해 국민들은 마스크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른 자구책을 찾아야 한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한 시간에 평균 23번이나 눈·코·입을 만진다고 한다. 해서 마스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손 세척이다. 부득이 손을 닦을 수 없는 외부 활동 시에서는 티슈를 이용해야 한다. 구급 약품도 단순한 해열작용만 있는 ‘타이레놀’보다 해열과 소염작용을 갖춘 이부프로펜 제제와 나프록센 제제 같은 해열 소염진통제를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장기 복용을 하면 코로나19 검사에 장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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