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놓고 여야 거대 양당에서 벌이고 있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정파적 이익과 자기 사람 챙기기에 혈안이다. 위성정당이라는 해괴한 정당 탄생 과정에서의 책임을 따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4·15 총선 후보 등록(오는 26∼27일)이 목전임에도 후보 명단과 순번을 정하지 못하고서 대놓고 내홍의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애초 정치인들에게 염치라는 기대를 접은 지 오래지만 공천이라는 먹잇감을 놓고 사천을 위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 국민은 절망과 분노가 치민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두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위성정당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내부 알력과 다툼은 나열하기조차 민망하고 추잡하다. 먼저 통합당의 비례당 창당을 비판하던 민주당은 이를 번복하고 뒤늦게 비례정당 창당에 나섰으나 창당 과정에서 연대할 주축 세력 구성을 놓고 파열음을 냈다. 민주당은 처음에 진보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과 비례 정당을 논의했으나 돌연 중단한 뒤 이른바 친문재인·친조국 세력으로 불리는 ‘시민을 위하여’와 손잡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진보 진영끼리의 대립과 내홍에 직면하면서 여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간의 알력 다툼도 민주당 못지않다. 미래한국당이 자체적으로 발굴한 후보 명단과 순번까지 발표했지만 통합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 양상으로 번졌고, 한국당 선거인단이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부결시키면서 한선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출범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총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더욱이 사퇴한 한 전 대표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를 상대로 폭로전을 예고하고 있어 내홍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정당 공천 잡음은 한국 정치의 현주소와 정치인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원칙과 기준도 애초에 없었고, 공천 명단에 같은 진영, 자기 사람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가 오로지 관심사인 것이다.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행해지고 있는 정치권의 작태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정치불신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유권자인 국민을 모욕하는 행위다. 정파적 이익이나 자기 사람 챙기기를 위한 사천이 아닌 쇄신과 혁신 공천으로 후보를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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