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 =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 =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몰인정한 처사가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병원의 의료보험 미납을 이유로 유예 조치 등 별도의 대책 없이 수입금을 차압해 폐업위기로 몰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인천 A병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여 동안 환자 감소로 수입이 50%가량 급감하면서 1월분 보험료(2월 10일 납부)를 내지 못하고 40여 일간 체납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병원이 보험료를 체납하자 1월분 미납 보험료 2천340만 원을 의료보험 수입에서 차감했다. 경영 상태가 취약한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의료보험 수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수입 차감으로 직원들을 정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병원은 계속되는 경영 악화로 2월분 보험료(3월 10일 납부)도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달 수입에서도 상당한 액수가 차감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연체분이 3개월 누적되면 병원 차압 조치에 들어간다는 통보까지 받은 상태라 폐업도 고려하는 상황이다.

보험료 연체금이 3천만 원을 훌쩍 넘는데다, 인건비와 건물 유지비 등 고정지출이 커 계좌 차압까지 돌입하면 직원 감축뿐 아니라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중소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유예 등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융자 및 지방세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유예 및 감면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또 의료기관 손실 보상을 위해 7천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했지만 이 예산은 5월께나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 지원을 위해 2개월치의 진료비를 미리 지급하는 ‘요양급여비용 선지급제도’를 23일부터 시행하지만 선지급 대상이 극히 한정적이라 경영 상태가 취약한 병원의 줄폐업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연체금 징수 예외 혹은 체납처분 유예 조치 등의 구제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A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와중에 건강보험료 징수까지 닥친다면 우리 병원뿐 아니라 많은 중소병원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당장 직원 월급 지급도 어려울 정도로 병원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연체료를 면제해 주거나 납부기한을 연기해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중소병원의 호소에도 건강보험공단은 원칙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정책적 결정이 없는 상황에서 공단 자체적으로 유예 조치를 할 수는 없다"며 "우선은 요양급여 선지급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의료기관 손실 보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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