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내 아이는 혜택을 못 받지만, 책을 손에 들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사서의 사명이 책 제공이니까요."

광명시 철산도서관 한경희 팀장과 직원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근무지를 도서관에서 거리로 옮겼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도서관이 휴관하면서 전 직원이 업무를 전환, 집집마다 대출 도서를 전달하는 ‘도서 배달 서비스’에 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장한 책 여러 권을 들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동네를 몇 바퀴씩 돌며 주소지를 찾아 헤매기 일쑤지만 쏟아지는 시민 격려에 배달을 늦출 수가 없다. 

특히나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개학 연기로 아이들과의 외출이 조심스러웠던 학부모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전체 배달 건수의 70% 정도가 초등학생 학부모일 정도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둘째 딸을 둔 한 팀장은 주소지가 다른 지역이어서 혜택을 못 받는 현실이 아쉽지만, 이런 모습에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철산도서관 등 광명지역 4개 도서관이 이달 10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도서관 직원 95명이 17일까지 배달한 도서만 7천353권(2천509명)에 달할 정도로 신청도 급증했다.

도서관 홈페이지나 전화로 시민 한 명당 7권까지 대출 신청을 하면 이틀 안에 도서를 받을 수 있는 광명시만의 ‘코로나19 사태 속 맞춤형 서비스’다. 만족도가 높아 하루가 다르게 신청이 폭증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시 도서관 직원들은 일 년에 한 번씩 치러내야 하는 연중 최대 일거리인 장서 점검을 수기로 마쳤다. 도서목록 데이터와 대조해 도서 분실·훼손 여부를 파악하고 정비를 마쳐야 해 자동화 장비를 이용해도 8일 정도가 걸리는 큰 작업이다. 

자동화 장비를 빌리려면 올해 하반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열람실 문도 닫아야 해 시민 불편을 줄이고자 직원들이 지난달 27일 휴관한 참에 일을 벌였다. 점검한 철산도서관 장서만 16만2천822권, 시 전체로는 56만1천333권이다. 

한 팀장은 "장서 점검에다 책 배달까지 눈코 뜰 새 없지만 책을 제공하는 것이 사서의 사명이다. 시민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힘을 낼 수 있게 직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며 "신청 폭주로 책 배달 서비스에 물리적 한계가 있기 전까지는 직원 모두가 열심히 뛸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김영훈 기자 yhki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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