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스스로 잘 살고 있는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번뇌하는 사람에게 어느 현자(賢者)는 이렇게 전한다.

우리 존재가 길가에 피어 있는 한 포기 풀과 같다는 것을 자각하면 된다고 말이다. 아무도 관심이 없고 누구의 시선조차 받지 못하는 길가에 핀 미물과 인간의 삶을 비교하는 현인의 저의(底意)는 무엇일까.

깨우친 자가 보기에 길가에 핀 한 포기 꽃과 풀은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도 없고 잘난 체도 못난 체도 하지 않으며, 남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여건대로 모자람 없이 온전하게 스스로 존재하는 자유 그 자체다.

말 그대로 길가의 풀은 자기 아닌 다른 것에 신경 쓰거나 휘둘려 넘어가지 않고 오롯이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존재하고 있다.

한 포기 풀은 자신의 삶이 원래부터 특별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특별해야 한다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적 생각 자체가 들지 않고, 이 생각이 들지 않으니 피곤하거나 번뇌할 일도 없다.

반면, 늘 상대의 시선을 의식하고 눈치를 보며 잘나고 싶은 마음을 내고 남의 영향 속에서 사는 인간이야말로 같은 생명체인 풀꽃보다 못한 노예의 삶을 산다고 현자는 진단한다.

현자는 우리가 삶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길가에 풀처럼 특별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를 품지 않을 때 늘 따라다니는 초조와 불안,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일러 준다.

마음을 들꽃처럼, 들풀처럼 가볍게 내라는 게 현자의 가르침이다. 

그러면서 들풀처럼, 들꽃처럼 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게 우주의 여러 생명들처럼 그저 당당히 살아가면 된다고 강조한다. 

타인과 세상이 만들어 놓은 온갖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너무 사랑하지도 너무 미워하지도 않는, 너무 들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그런 삶이 가능하다고 현자는 끊임없이 암시한다.

인생이 별게 아닌 줄 알 때야 비로소 삶은 위대해진다는 현자의 혜안이 어리석은 속박에 갖혀 사는 우리네 무명(無明)을 걷어 내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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