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이미영 인천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장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는 등 국가적 재난 속에서도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들에 대한 위촉식과 연수교육을 어렵게 마치고 정식 운영에 들어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2004년도에 제정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2011년 개정 이래, 처벌 위주로 시행하다 보니 학교가 너무 법정화(法庭化)돼 교육적 기능이 저하됐다는 비판에 따라 마침내 지난해 8월 다시 개정해 가벼운 사안에 대하여는 학교장의 교육적 조치에 대한 재량권 행사 범위를 넓히고 그 근거를 법률에 명시해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가해 학생에 대한 경미한 선도 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를 안 하되 초등학생은 3년 동안 중 ·고생은 전 학년 동안 재발생하거나 보복행위가 있을 시 종전 발생한 사안까지 소급해서 기재함으로써 가벼운 사안은 진정한 사과와 반성 후 재발생만 하지 않는다면 자존감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낙인을 찍지 않는 소위 ‘재통합을 위한 합리적 수치심’ 범위 내의 ‘교육적 조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개정법률의 핵심이다.

종전에 각 학교에서 운영하던 자치위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공정성, 전문성 부족에 대한 보정 방안으로 자치위원회를 각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라는 새로운 기구로 격상해 위원들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대폭 보강해 새롭게 운영하게 됐다. 또 사후 징벌적 조치보다는 사전 예방과 기왕에 잘못을 한 학생에 대한 상담과 정신교육을 강화하는 ‘회복적 교육’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입하기 위한 제2Wee센터 설치와 관련 전문 상담사 증원과 어울림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보강 대책도 마련했다.

그렇게 하여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교사들이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목적도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가벼운 사안은 축소 은폐해도 좋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경미한 사안도 축소 은폐 시 교원의 징계를 강화하도록 해 그에 대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번 심의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따른 예산도 많이 투입되고 심의위원회의 회의장 설치 장소 선정에 대한 어려움도 많았다.

앞으로 새로 운영되는 심의위원회의 성과 여부를 날카롭게 지켜볼 학생, 학부모, 언론 등에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심의위원회의 총괄 위원장으로서 기대와 두려움이 없지 않다. 

아무리 정교하게 마련된 법과 제도, 시설이 있어도 이를 운영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의식이다. 앞으로 가벼운 사안에 대하여는 학교장이 자체 해결제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사안 처리 중 일어날 수 있는 책임 회피를 위해 사소한 일도 교육지원청으로 떠넘기는 식으로 운영된다면 교육지원청 업무는 폭증할 것이고 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중한 사안임에도 생활기록부 기재를 하지 않는 경미 사안으로 격하 처리를 노리고 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무리하게 제기한다면 이 또한 의도했던 바와 정반대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 우려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일은 사후 처방보다 사전 예방이 얼마나 더 효과적인 것인가를 뼈저리게 터득하는 계기가 됐다. 또 우리가 첨단과학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예기치 못한 위험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고, 나 혼자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며 나 혼자만 행복할 수도 없다는 겸허함도 터득하는 계기가 됐다. 나와 다른 남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완벽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아야 했다. 학교폭력이나 각종 안전사고 예방도 마찬가지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한마음이 돼 학교폭력 없는 학교, 설령 다툼이 있어도 서로를 더 알게 되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승화된 어울림의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 모두 상생(相生)과 공존(共存)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공동 운명체의 한 일원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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