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주홍수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요즘 애들은 ‘독도는 우리 땅’은 알아도, 같은 가수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이라는 노래는 모를 것이다. 조용필의 ‘마도요’도 마찬가지다. "도요새~가장 멀리 나는 새~" 후렴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지, 화성시가 고향인 가왕(歌王) 조용필의 노래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는지. 그때 그 시절 청춘을 보냈던 우리 세대는 요즘 세대와의 간극이 당황스럽다. 하지만 햇수를 헤아려보면 두 곡 모두 1980년대 발표된 30년 전 가요들이니, 어찌 보면 청년들이 모르는 게 당연할 성싶다.

 추억의 가요로 도요새와 마도요를 기억하는 나 같은 세대가 있다면, 화성시의 젊은 세대는 시(市)를 대표하는 새(鳥)로 알락꼬리마도요를 알고 있다. 화성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알락꼬리마도요는 ‘알꼬마’라는 캐릭터도 있어서 축제 때 인형탈이 돌아다니면 아이들이 사진 찍자고 달려들 정도다. 화성 사람들에게는 이만큼 친근한 알락꼬리마도요지만, 사실 이 철새는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매우 귀한 몸이다. 알락꼬리마도요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호주에서 월동하는데, 중간에 화성습지에 들러 먹이를 먹으며 잠시 쉬었다 간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서식지가 많이 파괴돼 갈수록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EBS에서 일요일 밤늦게, 화성호를 찾는 알락꼬리마도요의 1년 365일 생태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평소 습지 환경과 철새에 관심이 많아서 지인들과 함께 화성시 서해안을 자주 찾는 나지만, 방송 소식에는 어두워 미처 본방송을 시청하지 못했다. 다행히 젊은 친구들이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덕분에 휴대전화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이처럼 3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그때는 옳았던 일들이 지금은 틀린 시대가 됐다. 간척사업도 그 중 하나다. 과거에는 쌀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간척사업이 크게 이바지했다면, 이제는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땅보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갯벌이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 이상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큐를 보면서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의 간척사업이 그때는 정당했지만, 이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바꿔서 새로운 방향으로 갈 때다"라는 전 교수의 조언은, 먹고 살기 바빴던 과거 우리네 세대를 위로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바른길을 알려준다. 

 수원시와 일부 사람들은 매향리 갯벌, 화성호, 화옹지구 간척지를 아우르는 화성습지의 무궁무진한 가치를 무시하고, 이곳에 경기남부 민군통합공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항이라면 이미 경기도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내외 거리에 인천, 김포, 청주 공항이 있다. 반면,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이내에 바다와 해안선이 살아있는 자연 갯벌, 갈대습지, 철새들의 군무를 모두 볼 수 있는 곳은 화성습지가 거의 유일하다. 여길욱 한국도요새학교 대표가 다큐에서 "앞으로는 자연 공장을 되살리는 작업이 더 화두가 될 것이다. 그 기회가 다른 지역보다 화성에 훨씬 더 많이 남아 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다큐 마지막에 이르러 김경원 환경 생태학 박사는 이렇게 당부한다. "영원히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도요새들의 마지막 무리가 남아 있는 곳이 화성호 갯벌일 수 있다. 우리가 과거 30년 동안 간척사업을 통해 잃어버렸던 자연 생태계, 지역 사회에 대한 것들을 후회하지 않게 보존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달라졌다. 미래 후손에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고, 내 잇속만 챙기는 어른은 세상을 망치는 꼰대에 불과하다. 

 나 때는 그랬을지 몰라도, 너희 때는 그러지 않도록. 나이 먹은 내가 화성시 발전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화성습지를 보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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