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개막을 122일 남겨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대회 1년 연기’를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도쿄 시내 올림픽 개막 카운트다운 디스플레이 앞을 지나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2020년 7월 24일 도쿄 올림픽은 열리지 않는다. 대회 개회를 122일 앞둔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1년 연기’를 전격 합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IOC와 일본 정부가 늦어도 내년 여름까진 올림픽을 열자고 방점을 찍으면서 관련 진행 절차는 사실상 올스톱됐다. 2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일본 내 성화 봉송 행사도 취소됐다.

1896년 근대올림픽 태동 이래 올림픽이 취소된 것도, 전염병으로 취소된 것도 124년 만에 처음이다. 4년 주기 짝수 해에 열리던 하계올림픽은 처음으로 홀수 해에 열리게 된다. ‘꿈의 무대’를 준비하던 각국 대표팀 선수들은 혼란에 빠질 법하다. 올림픽 출전권 배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종목이 수두룩하고, 티켓을 거머쥔 선수 역시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처지다.

IOC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인이 결정된 올림픽 출전권은 전체의 57%가량. 본선이 1년 미뤄지면서 남은 43%는 차치하고라도 기존 출전 자격을 내년까지 유지해야 하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상당수 종목은 각 연맹이 정하는 국제대회 성적으로 부여하는 세계랭킹이나 올림픽 포인트 랭킹이 출전권 배분의 기준이 되는데, 현재와 1년 뒤 선수들의 기량이나 랭킹이 완전히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성적으로 얻어낸 자격을 1년 뒤까지 인정해야 하느냐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출전권 경쟁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경우 앞서 티켓을 따냈던 선수가 피해를 보는 셈인 만큼 형평성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해 25일 "바흐 IOC 위원장이 19일 각 나라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들과의 화상회의 때 티켓을 획득한 57%의 선수들은 그대로 출전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남은 43%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기준기록과 세계랭킹에 따라 올림픽 출전권을 주는 종목에서 뛴다. 해당 종목이 올림픽 출전 기준기록과 세계랭킹을 어느 시점으로 새로이 잡느냐가 관건이다. 유도, 레슬링, 펜싱, 배드민턴과 육상, 수영 등이 여기에 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 종목 올림픽 자격 예선과 랭킹포인트가 걸린 종목별 국제대회가 무더기로 연기된 만큼 해당 종목 국제연맹(IF)이 언제쯤 새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티켓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IOC는 IF와 4주 안에 이 문제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단은 현재 19개 종목 157명이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상태다. 김영찬 체육회 국제대회부장은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하고 높은 세계랭킹을 유지해 선수 개인이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종목도 있고, NOC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종목도 있다"며 "야구, 여자배구와 같은 단체 구기종목은 선수 개인이 아닌 NOC 자격으로 출전권 24장(야구), 12장(배구)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NOC 자격으로 올림픽 티켓을 딴 종목은 대회를 앞두고 언제든 대표 선수를 실력 좋은 선수로 교체할 수 있다. 최종 예선에서 좋은 실력을 뽐내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앞장선 선수라도 기량이 떨어지면 올림픽 본선에선 뛸 수 없다. 이는 올림픽 연기와 무관한 원칙이다.

다만, 올림픽 연기로 인한 선수 간 희비는 ‘형평성’보다 불가항력적인 재해 상황이 낳은 운(運)의 측면에 가깝다. 올해 높은 세계랭킹을 유지하고 좋은 기록을 낸 선수는 다시 살벌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고령의 베테랑 선수도 1년이란 시간을 이를 악물고 더 버텨야 한다. 그러나 컨디션 난조로 올해 실력이 처진 선수는 시간을 벌어 마치 패자부활전과 같은 기회를 얻었다.

유일하게 출전 선수 나이 상한선(23세 이하)을 둔 남자축구는 예민하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선 원칙대로라면 1998년생이 기준이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3명)를 제외한 최고 연령대인 1997년생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는데, 정작 이들이 출전할 수 없는 점이 딜레마다.

일각에선 특수한 상황인 만큼 예외로 1997년생의 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국 남자선수들은 올림픽 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이 때문에 기회를 잃는 선수가 생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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