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자동차를 운전할 때, 가장 중요한 장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차의 제동을 담당하는 브레이크를 비롯해서 조향장치(핸들)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벨트 내지 에어백 정도가 주로 언급될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등화장치도 추가하고자 한다. 특히 야간시간대나 안개, 폭우 등으로 전방 시야 확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차량에 전조등이 없다면 마치 눈을 가리고 장애물을 뛰어넘는 육상선수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조등은 차량 전면부에 부착돼 시야확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치된 등화장치의 한 종류이며, 전조등 스위치를 작동하면 실내조명을 비롯해 차폭등(또는 주간 주행등), 제동등, 번호등, 그리고 상·하향등(별도의 조작 필요)이 점등된다. 이 중 주간 주행등(DRL, Daytime Running Lamp)은 주간에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전용 등화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동과 동시에 점등된다. 

주간에 전조등을 켜고 운행할 때 교통사고 감소에 대한 효과연구는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연구 결과, 스웨덴과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과 북미는 주간 전조등을 점등했을 때 교통사고가 최소 3%에서 최대 21%까지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1972년 유럽에서 최초로 주간 주행등 점등을 의무화 한 핀란드는 이후 차량의 정면충돌 사고가 약 28%까지 감소했다고 하며, 1985년에 주간 전조등을 법제화 한 노르웨이는 이후 교통사고가 15%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 낮에 전조등을 켜고 운전할 때 교통사고가 약 19% 감소하고 이에 따른 비용편익은 약 4천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연구결과와 법제화에 따른 효과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은 2011년까지 주간 주행등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규정했고, 우리나라도 2015년 7월 1일부터 신규로 제작하는 모든 완성차에는 주간 주행등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년 대비 11.4%가 감소한 3천349명으로 잠정 집계됐으며 17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하지만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평균이 5.5명인 점을 볼 때,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8.3명으로 아직까지도 약 1.5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보행자 교통사고는 인구 10만 명당 3.3명이 발생해 OECD평균인 1.0명에 비해 3배가 넘는다. 

주간 주행등을 켰을 때 발생하는 대향차량의 눈부심이나 연료비 증가, 배터리 방전 등 부정적 영향을 이야기하는 일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주간 주행등을 점등한 상태로 운전을 하면 보행자 식별이 용이하고, 주변에 운전자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후미추돌이나 안전운전 불이행과 같은 사고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보행자에게는 주행등을 점등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약 10m 먼저 차량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맑은 날에 비해 시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주행등을 점등할 필요가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도로 위에서 차량을 운행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주정차 시 일몰 이후의 경우, 안개나 비 또는 눈이 오는 경우, 터널을 통과하는 경우에만 전조등을 비롯한 등화를 켜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현재 법제화된 주간 주행등 설치 외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19조 제2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대로 최고속도의 100분의 20을 줄인 속도로 감속운행을 해야 할 조건 이하에서는 주간 주행등(미설치 차량은 전조등의 하향등이나, 차폭등, 안개등)도 점등하도록 하는 등 기상상황에 따라 주간 주행 등의 점등을 법제화하는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안전띠 착용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해 현재는 거의 모든 운전자가 안전띠를 매는 것과 같이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주간 주행등을 켜게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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