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박상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온 세상이 코로나19 공포 속에 갇혀 지낸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우리의 심장은 아직도 그 추운 겨울의 혹한 속에 있지만 철없는 계절은 이렇게 또 우리 곁에 찾아오고, 봄을 나눈다는 춘분(春分)도 이미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가라앉는 코로나사태에 산 너머 전국의 명소 풍경이 궁금하기도 하다. 대다수 봄의 축제장 입구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예전과는 달리 한적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사태의 걱정으로 관람객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유지한 채 오랜만의 나들이에 흠뻑 취해 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우리 일상의 평온함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 소중함을 다시금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흔히 3월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과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이 함께하는 달이다. 올해 초만 해도 2020년 경자년(更子年) 흰쥐의 해로 희망과 풍요, 기회를 암시하는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한 해를 준비하고 새해 각오와 의지를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등 굳은 결심으로 시작했지만, 연초부터 슈퍼 독감인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전염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순식간에 동남아시아와 미국·유럽으로 확산일로에 서서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제국에서는 가공할 수치의 사망자가 나타나고 있다. 

계절로 보면 봄은 1년 중 출발점으로 만물이 소생하고 인간과 자연의 생명이 눈부시게 환생 부활하는 환희의 계절이다. 꽃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새들은 생명의 송가를 부르며 얼어붙은 산하가 기지개를 켜면서 봄 마중을 나온다. 산수유, 매화, 개나리, 목련에 이어 유채 축제와 벚꽃 축제, 진달래 및 동백꽃 축제에 이르면 봄의 축제가 절정을 이룬다. 봄의 한가운데 춘분이 들어 있는 삼월에는 작년에 100주기를 맞이한 3·1 독립운동기념일이 있으며, 전통적으로 삼사오월은 봄의 계절로 전 세계인들이 축제를 벌이고 생명의 찬가를 부른다. 한 해의 중요한 행사도 봄부터 시작한다. 풍어의 꿈도 한 해의 농사도 삼사월이 좌우한다.

흔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농사에 잘 비유하곤 한다. 농가에서는 음력 2월이면 농사 준비를 시작해 봄철 내내 농사일로 분주하다. ‘2월이면 머슴이 담 붙들고 운다’거나 ‘모심기 철에는 부지깽이도 놀지 않는다’는 속담은 농번기의 분주함을 의미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부지런히 김매고 노력해야 가을에 결실을 맺고 겨울에는 갈무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농업·농촌·농업인의 삶은 어떠한가. 한창 영농을 준비하는 농업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초미생물 ‘코로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라와 나라, 세계와 세계를 악성 바이러스 무기로 초토화하고 있다.

지금의 이시기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에 비유한다. 이 의미는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말이다.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이 봄의 향연으로 이어지고 있건만 세상 돌아가는 것은 어찌 순탄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봄을 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일상이 정상적이지 못함을 상징한다. 그렇다고 오는 봄 가는 봄을 붙잡지는 못한다. 가득이나 ‘코로나19’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공적 마스크에 의지하는 세상공기가 요즘 탁해도 너무 탁하다. 답답하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다. 

우리는 코로나19 전염차단과 감염치료, 방역에 온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아무리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 검사하고 치료하며 방역에 최선을 다할지라도 일반국민들과 감염 의심자와 확진자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다면 코로나19를 차단할 수도 확진을 막을 수도 없다. 따라서 봄의 축제를 일단 놓쳤지만, 우리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해 ‘코로나19’의 위기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고 정부가 한창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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