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기도 남부경찰청과 북부경찰청이 각각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가동키로 했다. 텔레그램·다크웹·웹하드 등 영상물 유통망에 대한 특별단속을 연말까지 연장하고, 인터폴과 미 FBI, 글로벌 IT기업과 공조도 강화한다. 단속을 통해 찾아낸 범죄 수익은 기소 전 몰수 조처하고, 국세청에 통보해 세무조사가 병행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시의적절한 조치다. 

디지털 성범죄는 장소만 사이버공간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 범죄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사이버공간으로 영상물이 유포되면 영구삭제가 어려워져 피해자는 치유 불가능한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 인격권은 물론 생명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혐오 범죄다. 발본색원해서 가담자 모두가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건 주범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현재 12개 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작년 초에도 모 연예인이 성폭행 장면을 불법 촬영해 대화방에 올린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은 한층 교묘해지고 조직화됐다. 특히 미성년자까지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게 하고, 유료로 운영하는 텔레그램 비밀방을 통해 유포한 점은 너무나 악질적이고 잔혹스럽다. 디지털 성범죄는 IT 발전과 함께 진화해가는데, 수사 방식과 양형 기준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형법체계가 시대 변화와 죄질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이처럼 어리고 영악한 제2 제3의 조주빈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를 보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하고 클라우드앱이나 메신저앱을 통해 음란물이 유포된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클라우드앱에서 원본 동영상과 내려 받은 파일 간 변화가 없었고, 메신저앱 또한 최초 동영상이 코덱으로 변환돼 재배포됐음에도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이는 원본파일과 유포된 파일을 상대로 해쉬함수를 이용, 해당 동영상 파일을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만약 이렇게 수집된 디지털 증거들이 법적 증거능력을 갖춘다면, 범죄 수사 및 피해자 보호는 보다 진일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는 법 집행 체계를 새롭게 마련하고, 피해자들의 씻을 수 없는 고통을 회복시킬 제도적 틀도 마련하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