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만 18세는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사회적·법률적 인격체로서 성인 대우를 받는 시작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결혼할 수 있고, 부모의 법률상 부양의무에서 제외되고, 운전면허를 딸 수 있고, 또 공무원 시험도 볼 수 있다. 일찍이 어느 가수는 18세의 연정을 ‘낭랑 18세’로 노래하기도 했다. 여기서 ‘낭랑(朗朗)’은 한자어로 사전적 의미로는 ‘소리가 맑고 또랑또랑하다’ 와 ‘빛이 매우 밝다’의 의미로 사용되는 ‘낭랑하다’의 어근(語根)이다. 그래서 가장 청초하고 청량한 젊음의 상징으로 대변된다. 그만큼 상큼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풍기는 청춘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기성세대는 그들의 참신한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보호해야 할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
우리 사회는 지금 다가오는 4·15총선을 앞두고 생애 최초로 투표권을 갖게 되는 만 18세 유권자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체로는 54만 명이고 그 중에는 14만 명의 고3 학생이 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고3 학생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4월 개학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처음 행사하는 투표권과 바람직한 한국 정치를 위해 학교에서의 선거교육이 필요한 데 시기적으로 이를 적절하게 실행하지 못함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거교육을 해야 하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해 선거교육 영상물 시청을 권한다. 후보자에게 한 표(흰색), 정당에 한 표(연두색)를 찍는 방식이다. 혹시나 그들의 첫 권리를 포기하거나 묻지마 투표를 예방해야 한다. 그러면서 선거 경험이 없는 관계로 정치권의 꼼수와 반칙, 이합집산, 혹세무민 주장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그들이 자칫 기권을 한다면 이는 곧 악마를 당선시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을 주지시켜야 한다. 여기엔 일찍이 플라톤이 주장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가장 저급한 자들의 노예가 될 수 있다"라는 가르침을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은 무차별적인 ‘정치 습격’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 현실적으론 오직 당선만을 위해 도덕과 규정, 상식을 뛰어넘어 온갖 거짓 전략으로 접근하는 정치배들이 학교와 학원으로 달려갈 수 있다. 또한 ‘18세=진보 표’, ‘18세=보수 새싹 표’ 등 이분법적인 구호로 학생들을 유혹할 수 있다. 게다가 교육당국의 18세 고교생을 위한 선거교육을 명분으로 각종 강압적인 지침을 시행해 학교에서 선거교육을 번거롭고 혼잡하게 만들어 궁극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끼칠 수 있다.
이제 18세 고등학생 유권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구태 정치에 과감하게 죽비를 내리쳐야 한다. 선거 참여는 대한민국 정치를 비판할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토론에 참여해야 상대 논리를 비판할 수 있고 정치의 비겁을 욕할 수 있다. 문 밖에서 하는 욕은 귓불을 살짝 스칠 뿐 귓속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다. 자장가로 들릴 수도 있다. 또 ‘돈다발’을 안겨준다거나, 입시로 장난치거나, 청춘을 이념화하는 잡탕 모리배들에겐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투표는 권총과 같다"는 미국의 루스벨트나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라는 링컨의 말에 그들이 깨어나 주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투표는 돈이다. 국회의원 300명(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이 4년간 주무를 재정 규모는 올해 기본예산 513조 원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2천52조 원에 달한다. 그래서 고등학생 유권자의 한 표는 4천800만 원의 가치가 있다. 얼마나 소중한가? 18세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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