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룡사 동회랑 동편 발굴조사 모습. /연합뉴스
규모와 품격에서 신라 최고 사찰이었다고 알려진 경주 황룡사 동쪽 회랑 외곽은 승려가 수행을 위해 홀로 머물거나 의례를 진행한 공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황룡사 발굴조사보고서Ⅱ-동회랑 동편지구’에서 황룡사 동회랑 바깥쪽 유구(遺構·건물의 자취)와 출토 유물, 당시 중국 사원 건축양식을 분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황룡사는 1976년부터 1983년까지 8차에 걸쳐 조사됐다. 금당(金堂·본존불을 모신 건물)·목탑·강당·종루(鍾樓·종을 단 누각)·경루(經樓·불경을 보관하던 누각) 등 회랑 안쪽 사찰 중심부에 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는 1984년 발간됐다.

연구소가 첫 번째 보고서 이후 35년 만인 지난해 12월 출간한 보고서는 1981년 6차 조사와 1983년 8차 조사에서 발굴한 동회랑 동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동회랑 동편은 남북으로 이어진 담장을 따라 구획되며, 면적은 4천300㎡다. 이곳은 크고 작은 담장으로 나뉜 7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공간에는 건물터 1∼3개가 확인됐으며, 기와·토기 같은 유물이 출토됐다.

보고서는 황룡사 동회랑 동편과 관련해 중국 고대 사찰 중 담장이나 회랑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여럿 나타나는 사례를 ‘다원식 가람(多院式伽藍)’으로 지칭한다고 설명하고 "중국 당대(唐代) 장안에 위치한 불교 사찰 중에는 상당수가 다원식 가람으로 조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황룡사는 회랑 외곽과 강당 북편에 크고 작은 건물이 많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동회랑 동편은 담장으로 구획되는 정형 공간이 다원식 가람과 유사하나 각 공간의 규모는 중국 사찰보다 작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동회랑 동편 공간 중 1∼4구역은 사면이 담장에 둘러싸여 폐쇄적"이라며 "90여 점에 이르는 등잔과 벼루, 중국제 청자 그릇이 나왔다는 점에서 개방적 공공시설이 아니라 수행을 위한 독거 공간 혹은 의례용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조사 결과를 고찰한 논고와 함께 유구와 건물 배치, 유물 정보를 상세히 수록했다. 아울러 40여 년 전 조사원들이 작성한 야장(野帳·조사 내용을 기록한 수첩), 일지, 도면, 사진 자료도 담았다.

연구소는 강당 북편에 대한 보고서를 추가 간행하고, 2018년부터 진행하는 서쪽 회랑 서편 발굴조사 결과도 공개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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