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일정과 관련해 "연간 수업 일수와 입시 일정을 고려할 때 아이들의 학습권을 포기하고 무작정 개학을 연기하기는 쉽지 않아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형태의 개학을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등교 대신 단계적 온라인 개학으로 가닥을 잡은 데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에서 학생들의 등교 자체가 어렵고, 온라인 교육 일괄 적용에 따른 기술적 부담 등이 적지 않아 마련된 ‘절충안’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온라인 개학을 결정하면서도 개학 예정일인 4월 6일에서 9일 이후로 한 차례 더 미룬 이유는 일선 학교 현장의 온라인 수업 준비가 갖춰져 있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강국답지 않게 초·중·고교 현장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 안팎에 불과하다. 더욱이 운영 기준조차 처음 만들어진 상황이다 보니, 일선 학교 현장은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못 갖춘 상황인 데다, 온라인 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 단말기와 인터넷 접속이 보장돼야 하고,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등 적응 기간도 필요한 만큼 개학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필요한 기기가 부족한 저소득 소외계층이나 다자녀 가정에 기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특히 농어촌 지역일수록 교사 역량이나 인프라도 부족하고, 가정환경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학생이 많다. 따라서 세밀한 지원책이 없으면 학습 결손과 도농 간 격차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순차적 온라인 개학 안은 아이들의 학습권은 물론 입시 등 교육행정 전반이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일 것이다. 실상 매일 적지 않은 수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등교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학교를 매개로 가정과 지역사회로 감염 확산 우려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도록 온라인 개학 준비에 철저히 임해주기 바란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더라도 수용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