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신효성 국제PEN한국본부 인천지역부회장

사월이 오면 끊이지 않고 인용되는 구절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은 T.S.엘리어트가 쓴 시 ‘황무지’의 첫 부분이다. 1922년에 발표된 이 시는 1차 세계대전으로 사람과 문명과 자연이 페허가 된 유럽을 보면서 불모지를 만든 파괴와 비인간성 회복을 위한 구원을 염원한 시다. 제1부 ‘죽은 자의 매장’, 제2부 ‘체스 놀이’, 제3부 ‘불의 설교’, 제4부‘수사’, 제5부 ‘천둥이 한 말’로 구성된 묵직한 작품이라 진중하게 읽어야 하는 시이기도 하다. 

올해 봄은 시작부터 어수선하고 불안했다. 봄날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쯤으로 지나가기를 바랐지만 기세 등등 창궐하는 코로나19가 온 세계와 전면전을 하고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삼월을 지나온 사월은 시비 없는 봄이다. 

달뜬 가슴에 봄꽃의 향연이 시작되고 풋풋한 생기가 코에 싱그러워야 할 계절인데도 만끽할 봄의 소정이 불안하다. 장기간 칩거는 우울을 불러오고 경제활동 위축으로 경기도 바닥이다. 

상승은 반드시 하강으로 내려오기 마련이다. 사월이 지나면 코로나19가 물러날 것이라고 희망을 말한다. 이른 기대니 섣부른 희망이니 하더라도 세상을 휘저어 잔인한 사월을 도래하게 한 코로나19가 지리멸렬해지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누군가가 한 말이다. 4는 완벽하다고.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형태가 사각형이라 주거공간이나 생활용품 대부분이 사각형이라고 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의식주에도 사각형에 대한 호응과 점유도는 높고 여행 동행자도 4명이 가장 이상적이라 했다. 혼자는 심심하고 둘이면 의견 충돌이 나고 셋이면 한 명은 소외되는데 넷이면 이런 문제가 해소돼 즐거운 여행을 담보하는 인원이 된다고 했다. 코로나19 뉴스에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들이 새로운 달 사월을 맞이하면서 4라는 숫자에 이런저런 의미 부여를 해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공식 모임이 취소돼 만나지를 못하니 카톡방이 활성됐다. 우울한 상황에 굴복하지 말고 웃고 살자며 신기방기 기묘한 웃음보따리를 펼친다. 빵 터질 웃음거리를 글이나 동영상으로 퍼 날라 올리면 카톡방에 웃음꽃이 만개한다. 한바탕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사월의 첫날이 만우절이다. 프랑스 샤를9세가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사람들이 설날을 착각한 해프닝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만 나는 독특한 발상으로 좌중을 휘어잡아 웃음도가니를 만들어 준 모 시인이 생각난다. 재치있는 말솜씨로 치고 빠지면서 만우절을 기분 좋게 즐기게 해 준 분이다. 

만우절에 관련된 에피소드 중에서 「톰 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의 어록도 생각할 여지를 준다. 

"만우절은 나머지 364일 동안 우리가 어떻게 사는 인간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날", "인류에게 한 가지 효과적인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웃음이다." 마크 트웨인에 빙의된 시인이 실제 마크 트웨인 목소리라고 우기며 유머와 풍자로 녹인 마크 트웨인의 삶을 들려줬었다. 미국에서 유머상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상’ 상은 문학상이 아니다. 유머와 풍자로 삶의 깊이를 더하고 촌철살인의 위트로 웃음을 보여준 사람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상이다. 

모 시인이 마크 트웨인을 초대한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침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떨쳐내 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바이러스에 침몰하지 않고 이 난국을 이겨 나가려면 면역력 증강이 중요하다. 

마음이 즐겁고 몸이 건강해질 웃음보를 잘 챙겨서 웃음의 숙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생기 왕성한 4월의 첫 발걸음에 실어본다. 

코로나19의 숙주가 아닌 웃음의 숙주로 4월을 시작하자고 첫날을 만우절로 제정했으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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