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 김영사 / 1만8천500원

우리는 낯선 사람이 정직하다고 가정한다. 표정이나 행동, 말투를 통해 그에 관해 알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가 속한 세계를 보지 않는다. 당신이 이런 전략을 사용해 낯선 사람을 오해한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이 책은 타인과의 소통과 이해에 관한 책이다. 우리가 낯선 사람을 대할 때 범한 오류와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을 보여 주고, 전략의 수정을 제안한다. 

 저자는 우리가 모르는 사람을 안다고 착각해서 비극에 빠진 여러 사례를 보여 준다. 경찰은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고, 판사는 죄 지은 사람을 석방한다. 믿었던 외교관은 타국에 기밀을 팔고, 촉망받던 펀드매니저는 투자자에게 사기를 친다. 눈앞의 단서를 놓쳐서 피해가 커진 범죄부터 피의자가 뒤바뀐 판결, 죽음을 부른 일상적인 교통 단속까지. 이 책은 이런 사례를 통해 타인과 상호작용할 때 저지르는 오류를 조목조목 짚은 다음, 그 이유를 인간 본성과 사회 통념에서 찾아내고 타인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타인을 오해하는 이유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이를 잘 알아보고, 거짓말을 하는 이를 몰라본다는 것이다. 또 타인의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하며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관점과 배경을 이해하고 자신과 다른 타인에게 말을 거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낯선 사람이 아는 사람이 되기까지 대가나 희생을 치르지 않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저자는 낯선 이를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설렁설렁 훑어보고는 다른 사람의 심중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고 여긴다. 스스로에게는 신중하면서 낯선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저자는 ‘낯선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다’는 진실을 염두에 두고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하며,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제는 우리가 만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법에 대한 강력한 조언이 될 것이다. 

의자의 배신
바이바 크레건리드 / 아르테 / 2만8천 원

인류는 편리함을 위해 기술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그 산물을 이용해 왔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많아진 만큼 더 많은 질병이 생겨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너무나 빨리 일어나서 우리가 타고난 몸에서 점점 더 뒤틀어지는 상황이다. 

이 책은 진화와 환경의 불일치가 인간에게 어떤 질병을 안겨 줬는지 인류학, 역사학, 의학, 사회학 등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인 접근으로 써 내려간 ‘인류세 인간’ 보고서다. 

저자는 우리의 전체 역사의 0.5%도 안 되는 홀로세 동안 혁신과 변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면서 우리가 편안한 것을 가장 좋은 것으로, 빠르고 쉬운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좋게 느껴지는 것을 진짜 좋은 것으로 계속 잘못 판단해 왔다고 주장한다. 우리 몸이 진정 원하는 것과는 다른 환경, 콘크리트와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손발, 근육, 척추, 호흡기, 정신 등 모든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각종 질환을 개인의 문제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인류세 인간이 만들어 온 환경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환경을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윤여준 / 모래알 / 1만3천 원

이 책은 딸의 무덤덤한 시선에 비친 아빠의 퇴직 후 1년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 여유롭고 한가한 날들을 보내며 빨래와 청소를 하고, 취미를 즐기고, 친구도 종종 만나는 퇴직 라이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딸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빠는 말수가 줄고 한숨이 늘어간다. 재취업 면접이 있던 날, 아빠의 어깨는 많이 쳐져 보인다. 1년 전 퇴직하던 날처럼 비가 내렸다. 우산도 쓰지 않았지만 아빠는 대수롭지 않다며 ‘괜찮다’고 딸의 걱정을 애써 외면한다.

누구나 일선에서 물러나 퇴직의 시간을 맞이한다. 퇴직은 예고된 것일 수도,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아빠의 퇴직은 충분히 지지받고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의 시간이 저물고 나면 무료함, 공허함, 불안함이 다가올 뿐이다. 취미라면 고작 가까운 산에 오르거나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는 것뿐인 소시민이 아버지들의 퇴직 후 자화상이다

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상황과 무덤덤하면서 살갑지 않은 딸과 아빠의 관계를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 그림책이 주는 공감의 깊이는 얕지 않다. 그냥 평범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림책 속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이기도 하고 누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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