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아 부평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장
신선아 부평 재가노인지원 서비스센터장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진정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선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었으며, 스페인에선 7천 명으로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감염병과 싸워 이기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 와중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진단키트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신속하고 간편하게 검사하고, 경증·중증 확진환자 분리 수용과 입국자 자가격리 체계 등을 만들어냈다. 특히 진단키트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긴급 질병재난 대처 알고리즘을 터득했기에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 상황을 보고 발 빠르게 준비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또한 훌륭했다. 추적 역학조사는 기본이었으며, 맨 뒤 한 명까지 찾아내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아울러 통계 현황을 국민에게 신속하게 알려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않게 했다. 국민들은 또 어떠한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일상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 종교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다수 종교인이 참아내고 있다. 정부당국과 국민이 만들어낸 감동 스토리에 세계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현장에는 아쉬움이 많다. 의료계가 질병재난을 극복하기 위한 준비를 했듯이 사회복지서비스 현장에도 질병재난 대응매뉴얼이 필요하다.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가 조사해 3월 초순 제출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인천 사회복지현장 현안과 제안서’를 보면,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시설과 생활시설 공통의 어려움은 마스크 등 방역물품 부족이었다. 집으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즉 재가복지의 경우 방역당국으로부터 방문 중단을 권고 받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장애인이나 노인은 투약과 도시락 지원 등이 꼭 필요하기에 방문을 중단할 수 없었다. 노인 방문요양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사업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별다른 방역물품 지원은 없었다. 또, 이용시설에서 시설 폐쇄로 인해 강사와 치료사 등의 인건비 부족분이 발생했고, 수가(酬價) 적용을 받는 주·단기 보호시설에선 돌봄 종사자 인건비 부족분이 발생했다. 

제안 사항은, 중증 관리 대상자 병원 동행, 도시락 배달, 긴급 구호품·방역물품 전달 등 지속할 수밖에 없는 긴급 사회복지서비스 기준과 범위를 매뉴얼로 만들고 그것을 수행하는 인력에게 방역물품을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 격리 기간에 대체할 수 있는 인력 지원, 비상 운영비 지원, 급식 중단 시 도시락급식 체계 마련 등이었다.

생활시설에 있는 장애인·노인·아동은 모두 안전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시설 운영기관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보고됐다. 외부 방문자를 모두 차단하다 보니 정기적인 상담·치료가 중단되고, 자원봉사자 방문도 중단돼 시설 종사자의 업무가 가중됐다. 

생활시설의 이슈가 된 ‘예방적 코호트 격리’ 조치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려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인천 사회복지 종사자 권익 증진과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주관해 3월 18일 연 이 간담회에선 예방적 코호트 격리가 생활시설 거주자와 직원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최선인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질병재난 시 비상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강제 조치가 아니라, 시설 구성원들과 충분히 논의해 모두 안전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다만 질병재난 시 사회복지시설 대처방안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 사전에 전문 교육을 받는다면 현장에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입장문에도 나와 있듯이 감염병 예방으로 시민 건강권 확보가 중요하듯 시설 생활인과 직원, 그 가족의 인권도 동일한 관점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질병재난 시기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가족을 대신해 돌봄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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