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중원은 진보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1960년대 말 서울 철거민들을 시작으로 꾸려진 터전에 성남하이테크밸리(옛 성남2·3공단)가 자리해 다른 지역보다 노동자 등 서민층의 표심이 반영돼 왔다. 역대 전적에서도 이런 지역 성향이 진보 후보들의 당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많은 권리당원을 보유, 성남의 ‘작은 호남’으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 야권 단일화로 국회에 입성한 당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을 제외하고는 최근 전적에서 미래통합당 신상진 의원이 내리 승리를 거머쥐었다. 17·19대 총선에서 진보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후 열린 재·보선은 보수로 민심이 뒤바뀌었고, 18·20대 선거는 진보층 분산으로 신 의원이 4선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진보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인물 등에 따라 엎치락뒤치락 선거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영찬(55)후보와 미래통합당 신상진(63)후보, 민중당 김미희(54)후보의 3파전이다.

특히 윤 후보와 신 후보는 각각 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와 통합당 공천 1호라는 점에서 물러설 수 없는 양당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 부사장과 문재인정부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한 윤 후보는 청와대 경험으로 중원구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공약은 ▶모란∼상대원(하이테크밸리) 대원천 복원(지하터널 건설) 및 판교∼상대원 지상형 트램 ▶위례신사선 확장 및 지하철 8호선 연장 ▶순환버스 S-BRT 도입 ▶스마트산단 및 판교와 산업벨트 구축 ▶성남시청사와 모란역 사이 센트럴파크 조성 등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능력 있는 집권여당 국회의원의 힘으로 미뤄진 것들을 앞당기고 부족한 것을 채우겠다"며 "급이 다른 경험과 실력을 살려 성남 중원의 성공이 곧 문재인정부의 성공이라는 생각으로 중원의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상대원공단 노동자와 모란시장 참기름 장수, 가난한 의사 출신 등 이색 경력의 신 후보는 36년 서민정신으로 5선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위례신사 연장선 및 지하철 8호선 연장선 조속 추진 ▶수서∼광주선 도촌·여수역 신설 ▶미반영된 재개발·재건축(용적률 265% 상향) 추진 ▶생태문화체육 복합공원 조성 ▶서울공항 이전 ▶남한산성 유원지 내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체육특구 조성 등을 약속했다.

신 후보는 "이곳에 온 지 돌도 채 안 된 청와대 낙하산에게 중원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권력 대신 오직 중원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실천과 소통, 정직의 삼박자를 갖춘 신상진이 구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 출신이자 전 국회의원인 김 후보도 강한 진보정치를 호소하며 막판 변수를 노리고 있다. 공약은 ▶서울공항 이전 ▶무상주택 1만 가구 실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공직자 부동산 및 재벌토지 불로소득 환수 ▶10% 청년고용의무제 실시 ▶노동기본권 보장 ▶모병제 실시 등이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과 청와대 참모들의 부동산은 평균 3억∼5억 원이 올랐는데 반성은커녕 양당이 위성정당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은 적폐세력 통합당과 촛불정신을 외면한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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