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쌀과 도자기다. 하지만 이 명성에 가려진 또 다른 이천의 특산품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최근 게걸무가 이천의 특산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토종 무인 게걸무를 어렵게 보존하며 지켜 가고 있는 이천게걸무연구회 곽영홍 회장을 만나 이천게걸무의 역사와 함께 명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게걸무 생산자 교육현장에서 종무를 심고 있는 모습.
게걸무 생산자 교육현장에서 종무를 심고 있는 모습.

# 게걸무는 한국의 토종 무

게걸스럽게 먹을 만큼 맛있다고 해 불린 이름 게걸무. 이천의 역사자료집에 수록돼 내려오는 게걸무는 현재의 개량된 무와 같은 십자화과에 속하는데, 뿌리는 매우 맵고 단단하다.

원래 게걸무는 일반 무와 뿌리 생김이 완전히 다르다. 배추꼬랑이 형태의 원추형 대칭으로 잔뿌리가 많이 나며, 줄기는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라고 매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이모작이 가능한데 3월 중순께 종무를 심어 6월 씨앗을 수확하며 무와 무청은 가을에 수확한다. 

게걸무.
게걸무.

# 여름철 보양식과 폐질환에 특효

일반 무청보다 고소함이 더욱 강하기에 예부터 무청을 이용한 요리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게걸무시래기 맛을 아는 사람은 일반 무시래기를 먹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진미다. 

주로 염장해 식재료로 이용하는 뿌리는 잘 무르지 않아 3년이 넘도록 보관할 수도 있다. 겨울에 담가 이듬해 5월부터 먹는 ‘여름철 보약’이라는 애호가들의 애칭도 있다. 

짠지의 용어와 방법이 게걸무로부터 유래돼 현재 일반 무를 이용한 짠지로 전해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최근에는 게걸무 씨앗 기름이 ‘기관지천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감기 기침환자, 흡연으로 인한 폐 및 기관지 환자들이 찾고 있어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특히 폐기능 저하에서 많이 찾아온다는 아토피 환자의 경우 게걸무 씨앗 기름을 먹고 좋아졌다는 소문이 나 더욱더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재배기술을 배우고 있는 회원들.

# 특산물로 거듭나기 위해 이천게걸무연구회 결성

2014년 이천로컬푸드센터장을 지내던 곽영홍 회장은 게걸무에 대한 가치와 지역적 특산품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걸무의 가치를 인식한 그는 지역 곳곳을 돌며 나이 많은 노인들을 만나고 문화원과 지역 사학자도 찾아 자료와 설명도 들어봤다. 

이전에도 대월면 지역을 중심으로 이천게걸무보존회가 만들어져 운영됐던 적이 있었지만 판로 개척 등의 어려움으로 유야무야 끝났다. 

곽 회장은 게걸무가 특화된 작물로 그 가치를 연구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고, 식품과 농업적 가치와 경제성 측면에서도 충분한 매력이 있지만 유전자원의 보존 가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신둔면 수광리에서 게걸무를 한국전쟁 때도 잃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앞마당에서 재배하고 있는 88세 할아버지에게서 게걸무 씨앗 소량을 건네받고는 소규모 몇몇 농가를 모아 이천게걸무연구회를 만들어 종무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 농업 6차 산업화로 가자

게걸무는 이천시 역사자료집에 수록돼 있는 지역 특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이름조차도 모르고, 행정의 관심 밖으로 밀려 시의 농업정책에도 검토되지 않았다.

곽 회장은 2017년부터 여러 차례 행정기관을 찾아 농업정책 반영을 요구했고, 그 결과 2019년도 이천시원예종합계획 농업발전5개년계획에 ‘게걸무’가 반영되도록 했다. 

또한 게걸무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 개발과 가공품 생산을 위해 곳곳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게걸무 요리 적용을 설득하고 직접 재배해 공급도 했다. 아울러 식품가공업체를 찾아 가공상품 개발을 부탁해 봤지만 인지도가 없어 경제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는 업체가 없었다. 

게걸무씨앗기름을 만들기 위해 건조하는 모습.
게걸무씨앗기름을 만들기 위해 건조하는 모습.

결국 곽 회장은 지난해 ‘농업회사법인 ㈜이천게걸무’를 설립하고 ‘자연비작(자연이 준 신비로운 작물)’이란 상표를 특허등록했다. 

그는 직접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식재료로 게걸무를 접할 수 있도록 시중에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으며, 현재는 상품 개발 시험가동 중으로 올 하반기부터는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 곽영홍 이천게걸무연구회 회장

곽영홍 회장은 이천4-H연합회장과 농촌지도자 이천시연합회 사무국장, 이천시4-H지도자협의회장, 이천로컬푸드센터 설립 및 센터장 등을 역임한 농업 분야의 전문가다.

다음은 곽 회장과의 일문일답.

-게걸무에 열정을 쏟게 된 이유는.

▶쌀, 복숭아, 산수유 등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축제를 통해 지역 특산물로서 가치를 존중받고 있는 반면 게걸무는 역사자료집에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관심 밖 대상이었다는 것에 서운함을 느꼈다.

2018년 일본의 국립대학 교수진이 제 농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 대학으로부터 초청받아 세미나를 다녀왔는데 토종 종자에 대한 일본의 엄격하면서도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체계를 들으면서 이천게걸무의 보존과 관리가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의 토종 게걸무도 일본처럼 관리하기로 결심하게 됐다. 

-게걸무 씨앗 기름의 효능은.

▶의료계나 학계로부터 공식적으로 게걸무의 효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광주시에 거주하는 한 폐암환자에게서 ‘게걸무 씨앗 기름을 구매해 꾸준히 복용했는데 병원에서 진찰해 보니 14㎝의 폐암 덩어리가 없어져 또 주문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안성시에 거주하시는 분에게서는 ‘아토피가 심한 손주에게 게걸무 씨앗 기름을 먹였더니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들었다. 지인인 한의학 교수에게 문의했더니 아토피는 폐기능에서 오는 병이기 때문에 게걸무 씨앗 기름으로 고쳤다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게걸무를 상품화하기 위해 건립한 공장내부.
게걸무를 상품화하기 위해 건립한 공장내부.

-앞으로의 전망은. 

▶농업은 생명산업이자 국가의 국력이다. 쌀과 게걸무를 주 작목으로 생산하며 가공·판매를 아우르는 농산업화가 이뤄져야 한다. 민선7기 지자체가 들어서면서 엄태준 이천시장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천의 특산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역특산품 육성화사업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 줄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식생활에서 각광받는 토종 작물로 육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농촌진흥청에 농작물로 등록하고 재배력을 연구해 기능성뿐만 아니라 식품으로의 이용 활성화를 통해 농업인의 생산안정화를 만들어 보겠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사진= <이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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