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우리 말에 ‘탓’과 ‘덕분’이라는 말이 있다. 둘이 비슷한 말이지만 ‘탓’은 ‘때문에’와 비슷하게 상대방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뜻의 원망을 나타낼 때 쓰이는 반면 ‘덕분에’라는 말은 고마움을 표시할 때 흔히 쓰인다.  요즘 들어 우리는 덕분에보다는 탓을 입에 달고 사는 세상이 됐다. 누구 혹은 무엇을 탓할 경우는 무지해서 그렇게 하거나 고의로 하는 경우일 것이다.  피해가 왜 생겼는지 모를 경우 흔히 그럴 듯한 희생양을 찾아 매도하기 쉽다. 

중세 마녀사냥이 그랬다. 흑사병의 원인을 잘 모르니 이것은 분명 마녀가 한 짓이라고 규정하고 유럽 전역에서 마녀사냥을 자행했다. 그후 17세기까지 약 5만 명이 무참히 살해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마녀라고 지칭된 사람의 재물을 탐내 모함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외에 잘 알고 있어도 고의로 제삼자에게 탓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 1923년 일본 관동지방에서 대지진이 있었다. 민심이 당연히 흉흉했고 불안한 주민들은 폭도로 변할 참이었다. 신문에 조선인이 방화와 우물에 독을 탄다고 하는 근거 없는 기사가 실리는 바람에 이들은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하게 된다. 더구나 식민지에서 온 조선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불만이 있던 참에 거짓 뉴스가 불을 지른 것이다. 당시 죄 없는 조선인 약 6천 명이 희생됐다. 

두 경우 다 재난에 대한 피해를 엉뚱한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려 엄청난 피해를 냈던 사건들이다. 사람들은 피해에 대한 책임 대상을 찾고 그 대상에 대해 공동으로 응징함으로써 동질감과 승리감을 얻곤 한다. 더구나 재난으로 인해 공포와 불안이 만연해 있다면 사람들은 이성을 잃기 쉬울 뿐만 아니라 이들에 의한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소위 폭도가 되는 것이다. 결국 재난과는 상관없이 선택된 상대방에게 정신적으로나 육제적으로도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입힌다. 이러한 비이성적 사건들은 크든 작든 인류 역사에 수없이 점철돼 왔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신천지 문제도 같은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신천지는 다른 종교 집단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종교행사를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자리에 감염자가 있었을 뿐이다. 당시에 우리사회는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도 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하고 덕담을 하고 있었을 때였고 방역에도 자신하고 있던 터였다. 신천지 행사가 대규모 집회인 만큼 확산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 버렸지만 이런 상황은 어느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최근 신천지 세력이 주위가 긴장할 만큼 급속히 커졌고 신천지 내에서의 모든 것이 미덥지 않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신천지가 이 세상을 멸(滅)하려고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신천지 밖에서 해야지 안에서 자폭할 필요는 더더구나 없는 노릇이다. 

책임을 굳이 따지자면 코로나19의 위험 사실을 미리 알리고 조심시켰어야 하는 방역당국이나 정부가 응당 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몇 미디어에서 검찰조사 운운하는데 신천지를 검찰에서 수사할 일 역시 아니다. 도대체 무슨 죄목으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최근 미디어 동향을 보면 신천지 회원을 중심으로 한 감염보도와 더불어 신천지 혐오감을 조장시키고 있는 듯하다. 정부에 책임을 묻기 쉽지 않으니 결국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신천지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그러나 신천지를 모두가 달려 들어 단죄한다 해도 이것은 다수가 일시적으로 기분 전환은 될 수 있을지언정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불안과 공포가 만연된 사회에서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남을 탓할 것이 아니라 바로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천주교에서는 행사 중간에 "내 탓이오"하는 것을 모두 함께 암송을 한다. 즉 모든 것이 나의 "죄"고 나의 "탓"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에 대한 원망도 필요 없고 오히려 내 자신이 겸허하게 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나올 것이다. 이런 세상에는 전쟁이나 남을 해하는 일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모든 일을 네 탓이 아닌 내 탓으로 돌릴 때이다. 특히 역병으로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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