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公職)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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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公職)의 추억
황흥구 인천지방행정동우회 부회장/전 인천시인재개발원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4.0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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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흥구 인천지방행정동우회 부회장
황흥구 인천지방행정동우회 부회장

코로나19가 두 달이 넘도록 기승을 멈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검진과 방역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의료진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의 피곤도 쌓여만 가고 있다. 쉴 여건도 마땅치 않은 곳에서 쪽잠을 자거나 오랫동안 보호구를 착용해 이마 자국이 선명하고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땀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한다. 의료진 중에는 일반 의료전문가도 있지만 대개 질병관리본부나 일선보건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대다수가 포함돼 있다. 인천시에서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확산 방지를 위해 공무원들이 각 분야에서 헌신적으로 방역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 한때 인천시에서 40여 년간 공직생활하다 정년퇴직한 필자도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거 공직 생활하던 때가 불현듯 생각났다. 

만 18세 되던 해인 1970년에 공직에 들어오니 얼마 안 되어 ‘새마을운동’이 시작됐다. 그땐 끼니 걱정을 할 정도로 못살던 때였으므로 행정장비는 물론 사무용품도 열악하고 그나마 많이 부족했다. 컴퓨터, 복사기는 물론 계산기도 없었을 때였으므로 주민등록 등본이나 인감증명 등을 일일이 쓰고 베꼈다. 인구조사 할 때가 되면 숫자를 맞추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으며 선거 때는 주민등록표를 보고 선거인명부를 몇 부씩 쓰느라 굳은살이 박히기도 했다. 처음 발령받은 곳은 중구 ‘율목동사무소’였다. 당시 율목동은 중구에서도 부유한 동네였지만 초가집이 꽤나 있었다. 새마을사업으로 초가를 전부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하기 시작했는데 한 번은 지붕 위에 올라가 쇠스랑으로 초가를 걷어내다 서까래가 무너져 함께 떨어져 허리를 다친 적도 있다. 농촌동에 근무할 때는 새벽부터 나와 통일벼 재배와 퇴비증산을 독려하고 추곡수매 목표 달성을 위해 논두렁을 휘젓고 다녔다. 어느 때는 비가 안와 모내기를 못하게 되자 저수지를 찾아 물을 퍼 올리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논 가운데 관정을 파고 물을 끌어 올리느라 몇날 며칠을 집에도 가지 못하고 들판에 천막을 쳐 놓고 그곳에서 자고 일한 때도 있었다. 그때는 공무원들이나 주민 모두가 한마음이 돼 정말 신바람 나게 일했다. 1980년대에 들어와 소위 개혁 차원의 ‘사회정화운동’이 불어 닥칠 때 소위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억울하게 피해본 사람들도 많았으나 ‘서정쇄신’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맨 앞장섰다. 그 당시 중구 ‘북성동’에 근무할 때였는데 인천역 뒤에 연안부두가 그쪽에 있어 윤락촌이 주택가에 독버섯처럼 퍼져 있었다. 이를 정화하기 위해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포주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폭들에게 협박당하기도 하면서 말끔히 정비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대견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민주화의 열풍이 불어 닥치자 주민들의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 사회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방의회가 구성돼 공직사회도 권위주의로부터 주민위주 행정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됐다. 2000년대 들어와 컴퓨터 보급으로 사무 전산화가 급속히 이뤄지자 전국 어디서나 민원서류를 받아볼 수 있는 체제가 이뤄져 행정에 획기적 혁신을 가져왔으나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느라 고생한 기억도 새롭다. 이제 퇴직한 지 7년이 넘었지만 처음 공무원으로 시작할 때와 정년퇴직할 때 공직사회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초임 당시에는 월급도 적어 생활하기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고 지금처럼 수당이나 보너스도 아예 없었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한 때가 많았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오직 사명감에 불타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당시 원조 받던 나라에서 지금 세계 10대 경제대국 반열에 오른 것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갑자기 불어 닥친 코로나19 역병은 불안과 공포를 넘어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들은 더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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