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에서 남양주시를 제외한 30개 시·군이 주민들에게 도비 외에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지자체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금액을 결정, 향후 시·군의 재정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경기도와 각 시·군에 따르면 도가 도민 1인당 1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하자 도내 시·군(남양주 제외)에서는 5만∼4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주민 모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큰 탓에 일부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일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재정 여건이 어려운 시·군이 오히려 도의 재난기본소득액 10만 원을 넘어서는 큰 금액을 재난기본소득액으로 결정해 다른 지자체들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2019년 기준 재정자립도가 10%대에 불과한 동두천과 연천·양평은 도의 지급액보다 높은 12만∼20만 원의 재난기본수당 지급액을 결정했다.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동두천 12.7%, 연천 16.4%, 양평 17.7%로, 시·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 또는 도의 교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 중 가장 많은 4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액을 결정한 포천시도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26.8%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이번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739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로 했다.

포천시의 재난기본소득 예상 지급액 739억 원은 포천시 인구의 3배가량 되는 의정부시의 679억 원, 김포시의 661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포천시의 올해 예산은 7천728억 원이다.

25만 원으로 도내 시·군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안성시 역시 지난해 재정자립도는 도내 시·군 중 하위권에 속하는 32.5%다. 여기에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받아 공석인 상태임에도 막대한 예산을 재난기본소득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안성시의 예상 재난기본소득 규모는 642억 원으로, 인구수가 비슷한 의왕시 246억 원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도내 31개 시·군 중 재정자립도 상위 10개 지역에서는 재정자립도가 도의 재정자립도를 넘어서는 화성시(20만 원)와 이천시(15만 원) 2개 지자체만 도의 재난기본소득액 이상을 지급하기로 했을 뿐 수원·성남·용인·평택·시흥·과천은 도와 동일한 액수를, 광주·하남은 도의 지원액보다 적은 5만 원을 재난기본소득액으로 각각 정했다.

도내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감안해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지만 재정자립도가 좋지 않은 지자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를 쏟아붓게 되면 또다시 정부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김영호 인턴기자 ky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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