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미는 3·1독립만세운동 정신을 계승하고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기 위해 해외에 수립한 최초의 민주공화제 정부라는 점과 임시의정원을 구성하고 민주공화제를 새로 도입한 삼권분립제도를 채택하였다는 것 그리고 외교활동, 의열투쟁, 교육·문화활동, 군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독립과 자유를 위해 투쟁해 왔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임시정부 수립 60주년인 1979년부터 국가보훈처장, 독립운동 관련 단체장, 광복회원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효창공원에서 합동추모제를 거행해 왔다. 그간 기념행사가 전국적이지 못했던 것은 국경일로 지정된 3·1절 기념식이 더 강조됐기 때문인 듯하다.  

1987년 제9차 헌법을 개정하면서 전문(前文)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명시함으로써 대한민국 정통성과 뿌리가 임시정부에 있음을 천명했다. 이후 1989년 12월 30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고, 학계의 자문을 얻어 1990년부터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제71주년 기념행사를 국가보훈처 주관 아래 개최했다. 그러나 이때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한성임시정부의 수립일인 4월 23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거나 한성과 상하이, 러시아의 노령 등 임시정부 3곳이 통합된 9월 11일로 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임정(臨政) ‘수립일’이 학계의 주요 쟁점이 된 것은 1991년 독립운동 유관 기념사업회에서, 2006년부터는 한국근현대사학회 등 학계에서 임정 수립 기념일을 4월 11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부터이다. 당시 상하이 임시정부의 설립 주체였던 임시의정원이 1919년 4월 10일 밤 10시에 개원, 국무총리 및 6개 부서의 총장과 차장을 선출한 후 헌법을 축조 심의해 10개조로 된 임시헌장을 철야 심의했고, 4월 11일 오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國號)와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절충식 내각제인 국무원 체제의 헌법을 제정했기 때문에 임시정부 수립일은 4월 11일이라는 것이었다. 단지 4월 13일은 대외적으로 국가 탄생을 공포한 날이라는 것이다. 

그간 임시정부 자료의 수집 및 집대성과 데이터베이스화는 새로운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 4월 11일의 임시정부 수립 기념 행사는 1920년 이후 매년 개최되지 못했지만 1922년 임정이 만든 달력인 ‘대한민국4년역서’에서 4월 11일이 ‘헌법발포일’이라는 이름으로 국경일로 표시됐고, 임시의정원 회의록에서도 4월 11일에 기념식을 거행한 자료가 확인되고 있으며 중경에서 발행된 중국 신문 등에서도 4월 11일에 기념식을 거행한 보도 기사를 찾게 됐다. 광복 이후 국내로 돌아온 임정 요원들이 거행한 입헌기념식은 1946년·1947년·1948년 4월 11일에 거행됐는데 1920년을 1주년으로 하여 27주·28주·29주년 기념으로 치러졌다. 

정부는 2018년 11월 역사학계의 의견 수렴과 학술 심포지엄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내각을 구성한 날인 4월 11일로 관련 법령을 개정 및 공포하고, 3·1운동 100주년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2019년부터 4월 11일을 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로 변경 지정했다. 

인천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결성의 단초가 된 지역이었다. 인천 만국공원에서는 1919년 4월 2일 홍진과 이규갑 등의 주도로 전국 13도 대표자대회를 개최했는데, 비록 일제의 엄중한 감시로 인해 미완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상하이 임시정부 요인들과 밀접한 소통 속에서 개최됐고 이는 곧바로 4월 23일 서울에서 한성임시정부 수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인천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아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만국공원은 조성 당시 각국공원으로 명명되었다가 만국공원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서공원으로 그리고 1957년 인천상륙작전을 기념하는 맥아더 동상이 건립되면서 자유공원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과 굴절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생생한 역사 현장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질곡의 역사를 망각해서도 안되겠지만, 인천인의 자긍심을 발현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오늘의 과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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