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분은 몇 살일까? 흔치 않은 밝은색 중절모에 검정테 안경, 정장스타일 재킷, 조근조근한 말투, 백팩 서류가방. 조심스레 물으니 65세란다.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중년 남성을 만났는데 그가 바로 오늘 소개할 나눔 주인공인 반종명 재난심리지원 활동가다. 

그는 이것저것 자격을 합쳐 23개를 보유하고 있는데, 다른 자격증도 많지만 적십자사 관련 자격을 물으니 응급처치법, 산악안전법, 심리사회적 지지 분야 강사 자격이 있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교사에 가까운 경력을 가졌지만 반 씨는 원래부터 희망이 경찰직이었다. 그래서 1970년대 말 행정학을 전공하고 군 제대 후 바로 경찰이 돼 주로 인천지역에서 근무했었다. 본인 말로 ‘무섭지 않은 경찰’이라는데, 바로 경찰교관이 그의 직업이었다. 꼼꼼한 성격으로 교육업무에 애정이 많았던 그는 유공직원으로 대통령표창도 받는 믿음직한 교관이었다. 

그러던 그가 2015년 정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평소 등산이 취미였던 반 씨는 적십자 산악안전법에 이어 응급처치법(FA), 심리사회적 지지 프로그램(PSS) 강사 양성 과정을 수료하면서 교육봉사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다. 그 뿐 아니라 차분하고 남의 말을 경청하는 성격을 살려 재난심리지원 활동가로도 참여하게 됐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각종 재난에 관련된 경험자를 접할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가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이재민 대상 심리 지원과 지난 여름 혹서기 취약계층 심리지원활동을 꼽았다. 상담 내내 대상자들은 불편함을 들어줄 이가 생긴 사실에 안도하며 신체적 불편함까지 털어놓았고, 반 씨는 응급처치법도 알려 주면서 신체와 정신적 지지를 아우르는 전인적 상담을 진행했다. 

그동안 교육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괜히 참 좋다!"였단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빠라는 말을 듣게 된 것도 내가 남을 위해 매년 100시간 이상을 봉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봉사는 결국 내가 행복한 일이었다"며 무릎을 쳐 가며 크게 웃는다. 그의 진심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또한 매월 일정액을 꾸준히 기부하는 적십자 정기후원자인데 나이 들어 힘쓰는 봉사활동은 부담스러워 소액이지만 정기적 기부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 역시 우리 사회 중년의 솔직한 고백으로 들렸다. 

반종명 활동가를 보면서 느낀 것은 가만히 있어도 ‘혼자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 그가 퇴직 이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만들고, 실천했기 때문에 ‘더욱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경찰 교관이었던 그가 재난심리지원 활동가로 변신해 ‘참 좋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듯, 혹시 제2의 인생으로 변신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변신할 모습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위해 어떤 기부와 봉사를 실천할지도 고민하는 시간을 추천해 본다.

[적십자 나눔에 함께 하시는 분들] 

박양선 10만 원, 홍석갑 10만 원, 우신석 8만3천500원, 인천고잔중학교 6만7천 원, 인천가좌중학교 3만4천 원, 강영식 1만 원, ㈜아이니텟 20만 원, ㈜훈장골 20만 원, ㈜피스코리아 3만 원, 인일회계법인 10만 원, 이홍철 1만 원, 구산충전소 3만 원, 굿모닝총각들 3만 원, 남원골추어탕 3만 원, 효성1동 통장자율회 75만 원, 길직2리 마을회 73만 원, 온수3리 마을회 69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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