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1일 이틀간 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가 진행됐다.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총 유권자 4천400만 명 가운데 1천170만 명 정도가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이는 첫 대통령 탄핵 직후 정치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하고 국민의 선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높았던 3년 전 대선의 사전투표율 26.06%를 뛰어넘은 수치다.

코로나19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같은 여세라면 2000년 이후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좀처럼 도달하기 힘들었던 ‘마의 60%’ 투표율도 돌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선거 무관심 등으로 사전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선거운동에 어려움이 따르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창당, 상식을 벗어난 의원 꿔주기, 모독 수준의 막말 등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에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투표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국민들은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 줬다. 물론 총선 당일 투표장에 많은 유권자가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유권자들이 코로나19로부터 ‘자기 방어’에 나서며 서둘러 투표를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코로나19 공포 속에 마스크를 쓴 채 외출해서 길게 대기 줄을 서고 비닐장갑을 낀 상태로 선거 사상 가장 긴 투표용지를 놓고 한 표를 찍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국민이 4명 중 1명꼴이라는 것은 정치권이 유권자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이번 사전투표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정부와 집권당 중심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라는 유권자의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진단했고, 미래통합당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을 심판하기 위한 ‘분노’가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어느 쪽 의견이 맞는지는 15일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은 남은 이틀간의 선거운동을 보다 흡인력 있고 건강하게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총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21대 총선의 사전투표율이 용두사미가 아니라 화룡점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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