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9일 제4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임시직·일용직과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 중심으로 (실업 등)고용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현장의 어려움이 고용 불안, 채용시장 위축, 생계 부담 등으로 나타나며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행히도 숫자만 보면 그렇게 걱정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16만 명 수준이다. 올해 초와 비슷하다. 미국에서는 지난 3주간 1천680만 명이, 중국에서는 1분기에만 2억 명이 실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비하면 정부의 고용위기 대응이 현재까지는 선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이 전체적인 사실은 아니다. 6일 기준으로 휴직 상태에 있는 근로자만 39만 명에 달한다. 고용 유지 지원이 중단되면 언제든 실직 상태로 전환될 잠재적 실업자군이다. 더 큰 위기는 통계의 사각지대에 가려져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구직급여 신청 건수에는 전체 취업자의 50%에 이르는 ‘고용보험 미가입자 1천320만 명’에 대한 실직 위기가 제외돼 있다.

늘 그렇듯 위기가 닥치면 가장 크고 가장 먼저 희생되는 존재는 약자다. 국가도 경제도 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재정건전성과 경제체력이 허약한 나라부터 무너지고, 경쟁력과 생산성이 열악한 산업·기업부터 무너지며, 자영업과 임시직 같은 고용취약계층부터 피해를 입는다. 따라서 위기 시에는 약자들에 대한 지원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이 가장 절실한 영역도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임시직 등이 분포된 ‘고용 사각지대’다. 이들에게 특화된 고용 유지·창출 방안과 생활안정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종양을 제거하고 살균시킨 후 잘 아물도록 봉합하는 치료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정책 용어로 구조조정, 노동개혁, 규제 개선이 그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임시 처방에만 치중했지, 이런 근본적인 치료를 외면해 왔다. 그러니 재정이 악화되고 양질의 일자리도 사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정부가 할 일을 해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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