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곧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된다. 좋은 인재를 뽑아야 나라와 국민에 보탬이 될 것이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중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국격과 국민의 품격을 만방에 보여 주는 역할과 더불어 그 결과 또한 중요할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서민 출신으로 관직에 진출해 유학의 중흥기를 이끈 한유(韓愈, 768~824년)는 「잡설」에서 세상에 천리마는 있는데, 그 천리마를 알아보는 지도자가 없음을 탄식했다. 천리마, 곧 세상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지닌 분이 ‘백락(伯樂)’이다. ‘백락’은 춘추시대 진(秦)나라 목공(穆公) 때의 인물 손양(孫陽)으로, 명마를 잘 감식하는 인물이기에 하늘에서 말을 관리하는 별이름인 ‘백락’을 별호로 삼았다. 

세상에 천리마가 있을지라도 보통의 말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기 때문에 알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천리마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자 해도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해 힘을 쓸 수도 없다. 그리고 간혹 자신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소리 내 울면, 부리는 자는 ‘이놈의 말이 소금수레 끄는 말보다도 못하다’고 채찍질만 가하면서 ‘세상에 훌륭한 말’ 곧 ‘영웅호걸’이 없음을 한탄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천리마가 있듯이 인재도 있다. 다만, 백락 같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인물이 없을 뿐이다. 그래서 인재가 적재적소에 등용되지 못하고 초라하게 늙어 갈 뿐이다. 이제는 그 안목을 유권자들이 펼쳐야 할 때가 왔다. 어느 후보가 우리 지역사회, 더 나아가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할 인재인지를 구별해 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행한 말과 행동을 잘 살펴보면 옥석이 드러난다. 

제20대 국회에서 공약(公約) 이행률이 46%에 그쳤다고 하니 절반 이상이 공약(空約) 곧 ‘헛된 약속’에 그쳤다. 유난히 거리에 걸린 많은 현수막들,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챙겨 볼 일이다. 인재를 고르는 첫 번째 일이기 때문이다.

백락이 나이가 들자 진나라 목공은 후계자를 뽑고자 했다. 그래서 백락에게 추천을 권유하자 백락은 구방고(九方皐)를 천거했다. 그러자 목공은 그의 능력도 알아볼 겸 천리마를 구해 올 것을 명했다. 구방고가 전국을 다니면서 천리마를 구해 오니 목공이 "암말이냐? 수말이냐? 색깔은?" 등을 물으니 구방고는 "암놈이면 갈색일 것입니다"라고 했다. 막상 보니 수놈에 검은 색이었다. 이에 목공은 추천을 잘못했다고 탄식하니 백락이 말하기를 "구방고는 말을 볼 때 정(精)만 보지 추(麤)는 보지 않습니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구방고는 사람을 고를 때 핵심만 보지 곁가지는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백락의 주장은 인재를 고를 때 곁가지인 학연·혈연·지연 등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이 지닌 능력만 본다는 것이다. 그러했을 때 공자(孔子)의 권도(權道)도 실현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도 관리를 뽑을 때 그 관리의 능력만 봐야지 곁가지인 학벌·지역 등을 보고 선택하면 직책에 맡는 인재를 등용할 수 없다. 총리나 장관 등 고위직을 지명할 때나 대통령·국회의원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곁가지인 지역의 연고를 따진다든지 학벌과 같은 사소한 개인적인 문제에 얽매이면 안 될 일이다. 인재 선별의 제1조건은 그가 과연 국태민안(國泰民安)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논어」 ‘자장’편 ‘대덕’장에 ‘자하가 말씀하시기를, 큰 덕이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면 작은 덕은 출입하더라도 괜찮다’라는 구절이 있다. 대의(大義)에 벗어나지 않으면 소의(小義)는 조금 저버리더라도 괜찮다는 의미다. 만약 소의에 벗어난 일로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을 우리 사회를 위해 한 번 봉사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인 손해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큰 손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인재를 뽑을 때는 자하의 말씀처럼 대의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지닌 능력을 먼저 고려하면서 우리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됐을 때 우리 사회는 한층 성숙된 사회가 될 것이다. 

지금이 인재를 고르는 적기이다. 천리마를 식별하는 유권자는 자신이 지닌 재능을 펼치지 못해 울부짖는 천리마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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