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역장정(瘟疫章程)이 시작된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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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역장정(瘟疫章程)이 시작된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04.1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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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요즘처럼 외국 언론에서 우리나라를 극찬했던 때가 있었나 싶다. 2002 월드컵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때만 해도 참담하기만 했던 상황이 급반전돼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칭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사태의 완전 종식은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확진자 수가 어느 정도 수습되자 이제는 해외에서 입국하는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해외 입국자 검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검역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사람을 검사해 문제가 있을 경우 격리, 치료하고, 물건인 경우에는 폐기하는 업무이다.

검역의 역사는 격리의 역사이다. 검역의 영어 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tantina에서 나온 말로 전염병 감염지역에서 온 배는 40일간 항구에서 정박한 다음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아야 상륙할 수 있도록 한데서 유래한다. 과거와 달리 무조건 격리하는 방법은 일본이 취한 크루즈 승객 상륙금지 조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탑승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입국자의 확진 증가와 맞물려 일부 입국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격리 관점에서 입국금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입국자의 85~90%가 한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쉽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고 본다. 

근대 개항기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했던 인천은 우리나라 검역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조선정부는 1885년 8월, 제중원 원장이던 알렌(Horace Newton Allen)을 해관 총세무사 부속의사로 임명하고, 1886년 5월 20일 ‘불허온역진항장정(不許瘟疫進港章程, ‘온역장정’)을 제정, 공포하는 등 검역행정의 근대화를 추진한다. 2013년 정부는 이를 기념해 5월 20일을 검역의 날로 지정했다. 

온역장정은 온역환자가 승선한 선박의 항구진입 금지를 명시한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검역규정이다. 온역은 열병으로 장티푸스, 호열자(콜레라)와 같은 급성열성 감염병을 일컫는 말로 코로나19도 당시 표현대로라면 온역에 해당한다.

온역장정은 일본, 중국이 이미 시행하던 검역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인천에서 이 장정을 잠정 설정한 다음 부산과 원산에서 이를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천에서 시행된 잠정 온역장정의 첫 번째 조항은 "조선 및 각국 선척으로 전염병이 있는 지방에서 오는 배는 월미해도(月尾海島) 밖에 정박하고, 앞쪽 돛대에 황색 깃발을 걸어야 한다"였다. 이러한 노력에 불구하고 검역에 참여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했고, 청나라와 일본의 비협조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이들은 군함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도록 요구했고, 상선 선장들은 관리의 승선검사를 공공연하게 거부했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의 체면을 의식해 WHO를 압박한 행태는 130여 년 전 인천에서 그들이 했던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인천항은 국내에서 온역장정을 처음 적용한 항구이자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해관이 온역장정을 제정했다고 한다. 1898년 피병원 건립에 이어 1911년 3월에는 1910년 5월 착공한 인천검역소가 월미도에 세워지면서 근대 검역체계를 갖춘다.

근대검역이 시작된 인천은 지금도 검역의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인천은 해외입국자 방역의 최일선이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빛나는 위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과학적 논리가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역사적, 지리적, 기능적 측면에서 인천에 감염병 전문병원이 들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마침 인천시도 영종도에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노력하는 모양이다. 정부는 지역 안배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인천지역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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