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골이 터질 때다.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선보이는 세리머니는 기쁨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독특한 세리머니를 펼친 팀과 선수에 대해 알아본다.
▶ 골 세리머니 맛집은?=팀의 시그니처 세리머니를 보여주는 팀은 부산과 울산이다.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산 김문환, 호물로, 이동준 등은 색다른 세리머니를 고민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단체로 포즈를 취하게 됐다. 2019년에도 매 경기마다 누가 득점을 하든 다 같이 카메라 앞에 모여 각자 손으로 턱을 받치는 포즈, 일렬로 서서 본인 유니폼 마킹을 가리키는 포즈 등을 선보였다.
부산이 K리그1 승격을 확정짓던 2019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호물로의 득점 이후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 모여 경기 당일 부상으로 빠진 박종우의 유니폼을 펼쳐드는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울산은 팀의 상징인 호랑이를 활용한 재치있는 세리머니로 눈길을 끌었다. 2017년 당시 이종호가 득점 후 양 손을 호랑이 발톱처럼 세운 뒤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한 뒤 울산 선수들의 시그니처가 됐다.
▶베테랑의 품격이 보이네=전북 이동국은 항상 득점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양쪽으로 펼치는 세리머니를 한다. 무난한 세리머니이지만 이동국이 하면 다르다. 통산 224골로 K리그 최다 득점 1위이자 매 경기 기록을 갱신해가는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프리킥 달인’ 수원 염기훈은 항상 골을 넣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다. 단입을 크게 벌리고 짜릿한 표정을 짓는 게 포인트인데 마치 ‘이게 골 맛이야’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제주 정조국은 항상 아내를 위한 반지 키스 세리머니를, 서울 박주영은 득점 후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전매특허 세리머니를 갖고 있다.
▶‘별명값’ 하는 선수들=인천 송시우는 주로 후반 중반에 투입돼 극적인 골을 자주 성공시켜 ‘시우타임’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는 이 수식어에 걸맞게 항상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며 지금이 무슨 시간인지 알린다.
제주 남준재의 트레이드마크는 화살 세리머니인데, 득점 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 덕분에 레골라스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심언규 기자 sim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