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신 인천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안혜신 인천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매일같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편하게 거리를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아주 ‘평범한’ 일이 장애인에게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중 보행약자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보행로의 ‘단차’이다. 이면도로·횡단보도와 교차하는 곳에서는 보도턱을 낮춰야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어려움 없이 통행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보도턱 낮추기가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곳을 종종 볼 수 있다. 

 ‘보도턱 낮추기’는 보행약자들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보차도면 높이차를 완전히 없앨 경우, 시각장애인들이 보차도를 구분할 수 없어 대개는 2~3㎝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횡단보도와 만나는 지점은 대부분 턱 낮추기가 돼 있으나 일부 보차도의 높이차가 규정보다 크게 설치된 지역이 있고, 보도와 이면도로가 만나는 부분은 턱 낮추기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곳이 많다. 교통약자를 고려한 보행로 정비 필요성에 따라 2009년 11월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여성뿐 아니라 신체조건, 나이 등의 차별 없이 모든 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장애 없는 보도 디자인가이드라인(Design Guideline for Barrier Free Street)을 발표해 각종 가로환경 개선사업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횡단보도 부분턱 낮춤을 1개 이상 설치하며, 턱 낮춤 시 보도와 차도 간 높이 차가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노약자와 장애인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도와 이면도로 사이의 단차를 줄여 보행자 안전을 배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차도 높이차 턱 낮추기의 폭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각 보행로마다 적용되는 턱 낮추기를 위한 폭과 보도턱 높이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보도턱 높이에 관한 기준을 보면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2005)’에서 보도턱을 12~15㎝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를 빼면 대부분 25㎝ 이하로 돼 있어 15㎝ 표준(일본), 10/15㎝(미국), 12.5㎝(영국), 6~14㎝(독일)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보도턱 기준 자체가 높은 것뿐 아니라 각각의 기준마다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독일은 장애인과 노약자뿐 아니라 어린아이들 그리고 유모차를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로를 위해 1998년 1월 독일 규격협회에서 정하는 DIN 18024-1, 18024-2, 18025-1, 18025-2, 18030 등 다섯 기준을 만들어 ‘장벽 없는 환경 - 도로와 광장, 인도, 대중교통, 놀이터를 위한 디자인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이 중 DIN 18024-1은 이들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이는 휠체어 사용자, 상반신 장애인, 시각 및 청각 장애인, 기타 특수 장애인, 노약자 및 어린이 등을 위한 건축 설계 규정을 담고 있다. 

 횡단보도로 이어지는 보행자도로 높이는 유모차와 휠체어를 고려해 3㎝ 이내로 정하고 있다. 또 램프 경사를 최대 6%로 정하고 있으며, 이는 공사장에서나 지하철, 버스정류장과 같은 보행자 램프의 경사가 있는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보도턱 높이는 6~14㎝로 규정하고 있으나 보행로와 차도가 만나는 곳의 높이는 3㎝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차로부터 보행자의 안전을 위함과 동시에 휠체어나 유모차가 무리 없이 지날 수 있고, 시각장애인이 느낄 수 있는 단차이므로 이를 3㎝로 규정하고 있다. 

 해외사례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부터 도시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시범사업, 정책적 지원 등의 노력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장애인, 노약자 등 보행약자의 이용에는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게 규정돼 있는 25㎝ 보도턱 높이에 관한 기준과 보도와 이면도로가 교차하는 곳의 턱 높이에 관한 기준이 개선돼야 하며, 단순히 턱을 낮춰 생기는 경사로 인해 보행하거나 대기하는 보행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경사로에 관한 기준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각각 다르게 규정돼 있는 보도턱 기준도 일괄되게 관리돼야 한다. 보행약자를 포함한 모두를 배려하는 장애 없는 보도는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률을 높이고, 이들의 삶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며 평탄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밑받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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