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D.I.Y(Do it yourself)’는 ‘스스로 하라’라는 뜻을 가진 용어로 1945년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영국 런던에서 오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스스로 재건하고자 시작된 계몽운동으로 시작됐다. 자원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대상황에, 시민들이 직접 거리로 나와 커튼에 물감으로 쓴 D.I.Y 슬로건을 긴 막대에 묶어 세워놓고 공습으로 포탄에 맞아 무너져 내린 벽돌을 치우고 폐허가 된 도시를 복구하던 것이 그 유래이다. 우리나라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이라는 경제상황에서, 가진 것이라고는 무슨 일이던 해보자는 의지와 부지런한 몸뚱이뿐이던 시절, 솜씨 있는 사람들은 장에 내다 팔기 위해 생활도구 등을 손수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생산된 생활도구(공예품)들이 오늘날 산업화의 기초가 됐다.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1961년 설립된 한국공예협동조합연합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나라 산업화에 일조한 숨은 공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D.I.Y 는 잘사는 선진국의 상징이며 국민들 삶의 질적 향상과 건전한 생활문화 정착에 모범이 된 사례로서, 우리나라에는 산업화의 가속화로 보릿고개를 넘기고 만성적인 가난에서 탈출한 80년대 후반에서야 비로소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는 풍요로워진 삶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야간이나 휴일도 반납해가며 일하던 시절을 지나, 일정시간 열심히 일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쓰는, 즉 삶의 질적 향상을 추구하기 위해 여가선용을 하자라는 의식이 팽배할 때 비로소 생겨난 문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후진국에서는 D.I.Y라는 용어의 개념이 없으며, 계몽을 해도 따라오는 국민이 없으니 하나마나한 얘기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D.I.Y 라는 용어와 뜻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정도이며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문화를 해보지 않은 국민 역시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문화’와 여가선용의 강국이 돼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위에 언급한, 스스로 문화의 유래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D.I.Y 분야 역시 그 범위가 넓어져 목공, 도예, 종이, 금속, 칠기 등의 공예분야 외에 컴퓨터, 자전거, 자동차, 패션, 홈인테리어 등 생활 전반의 모든 분야에 마니아층이 넘치고 tip과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는 스스로 하는 문화가 주는 성취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창조 등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문화로 국민의 정신건강, 안목과 격조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90년대에 이르러 꽃을 피게 된 D.I.Y는 2000년대 들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공장이 아닌 공방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사업장이 주택밀집가 등지에 들어서고, 인터넷 보급으로 커뮤니티에 온라인 동호회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으며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분야, 공방, 작품, 개인 등을 홍보함으로써 사진, 글, 그림 등 많은 정보 교류가 생겼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튜브가 대세인지 동영상 위주의 정보가 세계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90년대 IMF를 겪으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구조에 인생의 플랜B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공방 등장은 D.I.Y 문화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동호인과 공방의 개체증가 외, 질적 향상에 많은 문제점도 발견됐는데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작품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로 단기간의 기술습득만으로 공방을 창업해 직업 전반의 질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빈번했던 것이다. 

D.I.Y 공방은, 그 일에 대한 오랜 경험과 기술보다 소비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마인드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마치 소경이 길을 안내하는 격이며 그래서는 질적 향상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좀 더 성숙하고 수준 높은 문화로 정착되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위문화, 만들기 문화, 공방문화, 스스로 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첫째, 기관과 전문가 간 정기적 소통으로 공예인들에 대한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공예 소비자로서 역할을 함은 물론 둘째, 공예분야, 공방, 전문가의 개체 조사로 사업자, 비사업자, 신예작가 발굴의 가교 역할. 셋째, 문화발전을 위한 연구 지원으로 전통공예는 물론 신소재, 신융합 분야를 개척하고 넷째, 지역위주의 판매처 탐구로 수익구조를 증진시켜 생활의 안정화를 함께 추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선진국형 D.I.Y가 오래하는 문화, 오래가는 문화로 뿌리내려지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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