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특정 지역구에서 세대 교체를 못한 패인(敗因)은 무엇일까. 

 첫째는 공천 실패다. 공천된 인물이 특정 선거구에 밝지 않을 뿐더러, 인지도가 너무 낮다. 또 일찌감치 편을 가른 기득권 유권자, 즉 동네 유지로부터 반감을 샀고 지역 서민들과도 정서적 융합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공천된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는 인지도만 쌓고 2022년 지방선거를 노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는 두 번째 패인인 당선에 대한 절박·절심함의 부재로 이어진다. 애초부터 이번 선거에 배수진을 칠 필요가 없었고, 정치적 퇴로를 확보했다고 생각했기에 주어진 120일간의 여정에서 물심양면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지 않은 인상을 준다. 누구나 일각을 다퉜던 선거 막판 13일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세 번째 패인은 허술한 공약과 그조차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후보 및 캠프의 무능이다. 지역 연구와 답사가 부족하다 보니 그동안 나왔던 공약을 차별성 없이 자신의 것으로 작성했지만, 여기에는 우선 공약도 대표 공약도 없어서 동네 발전만을 원하는 실리적 유권자의 속내를 읽어내지 못했다.

 네 번째는 바람을 탈 수 있다는 오판이다. 검찰 개혁, 감염병 비상, 경제 위기 등 친(親)정부 혹은 반(反)정부 프레임으로 적당히 유권자와 상대 후보를 공략하면 민심의 바람을 타고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계산이다. 이는 과거 선거에서 별 볼일 없는 후보가 민심의 대운을 타고 당선되는 사례를 맹신한 곡해에 해당한다. 

 다섯 번째는 조직 내 파벌과 알력 다툼으로 인한 표 분산과 내부 결집의 실패다. 이는 첫 번째 이유인 공천 실패에서 주로 야기됐는데, 책임을 져야 할 중앙당은 이를 치유하지 않고 방치했고 지역구 후보는 처음 온 동네에 적응하기도 바빠서 수습할 능력은 전혀 없었다. 

 이 요소를 모두 합치면 여섯 번째 패인인 불신으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이 그 후보를 믿지 못하고 대신 믿는 후보를 찍었다. 그런데 믿음은 객관적 진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믿는 것이 망상일 수도 있는데 차선이 없으니 기어이 믿고 표를 던진다. 

 전략공천을 받으면 120일간 믿음과 신뢰의 생성이 가능한가.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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