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삶의 만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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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삶의 만족도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전 인천 남부교육청 교육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4.21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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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이재훈 겨레문화연구소 이사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 해 걸러 발표하는 ‘삶의 질 보고서(How’s Life?)’라는 것이 있다. 올해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10점 만점에 6.1점. 전번에 이어 이번에도 회원국 중 최하위권에 머물렀다고 한다. OECD는 삶의 만족도와 같은 항목을 포함해 소득과 자산, 주거, 건강, 안전, 일자리의 질, 사회적 관계, 시민참여 등 12개 주요 항목을 회원국별로 조사해 국민 의식이나 생활 수준 변화 정도를 격년으로 꾸준히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해도 삶의 만족도에서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발표 내용에 필요 이상으로 놀라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양한 영역에서 국민의 생활 모습과 의식 변화, 그리고 다른 나라와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는 각 국가의 삶의 질이 가처분 소득, 고용률, 기대수명, 삶의 만족도 등에서 매년 개선되고는 있지만, 소득 불균형과 같은 부분, 특히 경제적 불안정, 사회적 관계단절 등이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투자와 더불어 가계와 정부 부채, 생물 다양성, 정부 신뢰도 등에서 국가 간, 지역 간, 그리고 계층 간 격차가 크다며 개선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생활 수준이 비교적 높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하면 평균 기대수명은 최상위권이고, 범죄율도 낮아 사회안전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전 국민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같은 교육 관련 지표도 상위권으로 나타나 있다. 

가구소득에서는 아직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격차를 좁히고 있어서 이 부분도 머지않아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여러 객관적 지표에서 많은 부분 상위에 있으나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서는 여전히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언뜻 생각해도 이해가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의아하기까지 하다. 이를테면 기대수명은 높으나, 스스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에서는 한국이 최하위다. 객관적인 증거나 조건과 상관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별로 건강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어려울 때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고, 공동체 차원에서도 상호 지원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가장 높다. 이 결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근(卑近)한 예로 코로나19 팬데믹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대다수 국민, 그리고 공동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세계가 경탄하고 있는데도 그와는 상반되는 응답 결과라서 잘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혹시라도 우리 국민의 심성이 늘 부정적이고,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못하는 성향이라서 만족도 최하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일까? 

전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객관적인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데도 주관적인 만족도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실제로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나 불편한 일들이 곳곳에 상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데도 객관적인 수치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소소하지만 웰빙(well being)을 어렵게 하는 문제들이 만족할 만큼 개선되고 있지 않아 개개인이 생각하는 삶의 만족도가 낮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삶의 질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자료를 모두 신뢰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매번 ‘삶의 만족도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드는 정부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경제 발전 수준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삶의 만족도를 향후 세계 10위까지 끌어올리겠다며 ‘포용적 사회보장체계’라는 청사진까지 내놓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대거 투입해 객관적 수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와 함께 국민 가까이에서 감동하게 하고, 신뢰를 높여가는 작은 일부터 착실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핀란드나 덴마크 등 북구(北歐) 여러 나라가 늘 삶의 만족도 최상위에 있는 까닭이 세계 최고의 복지시스템과 함께 사회적 신뢰와 투명성 등이 주요한 요인이란 점을 봐도 그렇다. 히말라야 기슭의 작고 가난한 나라지만 행복 지수만큼은 유난히 높은 나라 부탄(Bhutan)사람들 역시 신뢰(信賴)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다. 부디 다음번 발표될 ‘삶의 질 보고서’에는 ‘최상위 삶의 만족도’라는 행복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오랜 세월, 겨레가 힘을 모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꿋꿋이 일어선 우리가 아니던가. 다시는 ‘최하위 삶의 만족도’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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