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상을 넘어 일자리까지 빼앗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고, 어렵게 취업난을 뚫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청년들도 감염병이라는 변수가 삶을 뒤흔들어 다시금 찬바람 부는 취업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3월 고용동향은 이 같은 고용 충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전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9만5천 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청년층에 가해진 충격은 더 크다. 15∼29세 취업자는 22만9천 명, 30∼39세도 10만8천 명이 줄어 하락 폭을 키웠다.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찾아온 고용 한파로 인한 청년취업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수원시가 코로나19 대응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 바로 청년인턴 사업이다.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접수 안내를 맡은 청년인턴들이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수원시 재난기본소득 접수 안내를 맡은 청년인턴들이 홍보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 "코로나19에 빼앗긴 일자리, 수원에서 찾았다"

스물다섯 청년 박나현 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은 내 이야기"라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드론 관련 기업에 취업했던 그는 2년 가까이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안정적인 삶을 꾸려 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입 및 확산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는 뉴스 속 소상공인의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가 됐다.

박 씨는 회사에서 각종 교육활동 등을 기획하고 마케팅하는 업무를 담당했는데, 교육활동이 전면 중단돼 일거리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손 쓸 겨를도 없이 3월 말 ‘실업자’가 됐다.

그는 수원시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정보들을 훑어 보던 중 청년인턴 모집공고를 발견해 지원했다. 다행히 추첨으로 선발돼 인턴활동 기회를 얻어 수원시 일자리정책관에 소속돼 각종 업무 보조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인턴활동으로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급전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하는 중이다.

"원래는 공무원에 관심이 없었는데 공직자들이 코로나19 대응, 선거 지원, 산불 진화 등 어려운 상황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속한 지역사회와 사람들을 돕는 일이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향후 공직으로 진로를 변경하겠다는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박 씨는 "청년인턴 활동을 하며 비슷한 처지의 또래를 만나 같은 어려움을 공유하고 비슷한 생각이나 감정, 정보 등을 나눌 수 있어 위로가 됐다"며 "힘든 시간이지만 수원시에서 적절한 지원으로 일자리가 생겨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이 많은데, 수원시 청년인턴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려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선발된 청년인턴들이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선발된 청년인턴들이 일하고 있다.

# 청년인턴 활동 덕분에 다양한 경험

또 다른 청년인턴 김유진(23)씨는 인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재난기본소득 접수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올 초 전문대를 졸업한 뒤 학사학위를 준비하기 위해 저녁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착실히 돈을 모으던 그는 3월 말 고용주에게서 "미안하지만 매출이 안 나와서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됐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재능나눔 마스크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수원시 봉사자들.
재능나눔 마스크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수원시 봉사자들.

이후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던 어머니를 통해 수원시 청년인턴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접한 김 씨는 청년인턴을 신청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상황이라 자격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완화된 기준 덕분에 일할 기회를 얻게 된 그는 "이번 청년인턴은 꼭 나를 위해 만들어진 사업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재난기본소득 신청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찾아오면 앞장서서 접수 방법을 안내하고, 인터넷 접수가 어려운 이들을 대신해 입력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기준을 반복 설명하느라 목이 아플 때도 있지만 잘 모르는 주민들에게 정확하게 정보를 알리는 경험이 쌓일 때마다 보람도 늘어간다.

특히 취약계층에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학교에서만 배웠던 사회복지 업무의 현장과 다양한 삶을 겪게 돼 향후 새로운 진로의 가능성도 모색해 보는 기회가 됐다.

김 씨는 "고심해서 세워 뒀던 진로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질 수 있던 상황에서 청년인턴 활동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극과 동기로 이어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원시 청년인턴 사업

시는 코로나19로 개강이 미뤄지고 있는 대학생과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청년(대학생)인턴 사업을 추진해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랑의 열매와 함께 코로나19 극복 수원 나눔 캠페인.
사랑의 열매와 함께 코로나19 극복 수원 나눔 캠페인.

특히 이번 청년인턴은 급감한 청년고용률에 도움이 되도록 참여 기준을 완화하고 선발 절차를 간소화해 즉각적인 도움이 되도록 했다. 기존에 방학을 이용해 추진된 청년인턴은 대학교를 재학하거나 휴학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응으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며 연령 기준(만 18∼39세)만 충족하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 것이다.

선발된 청년인턴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부문에 우선 배정돼 약국 마스크 판매 지원, 소상공인 특례보증 관련 업무 지원, 재난기본소득 접수 보조,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 보조 등의 업무에 투입됐다.

시는 48명의 청년인턴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공고일인 이달 16일 현재 수원시에 주민등록을 둔 청년(만 18∼39세) 및 대학교 휴학생이면 24일까지 접수 가능하다.

 박종대 기자 pjd@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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