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교육을 받기 위해 퇴근길에 몰려든 차량들.
혁신교육을 받기 위해 퇴근길에 몰려든 차량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았다. 지난 20일 초등학교 1∼3학년마저 ‘3차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온라인 교육을 받는 경기도내 초·중·고교생만 147만2천900여 명에 달한다.

이러한 어수선한 시기에 맞춰 교원들의 온라인 교육 역량 강화에 발 빠르게 나선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혁신교육원)이 지난 3월 말부터 이달 18일까지 진행한 ‘교원 스마트교육 역량 강화 직무연수’는 총 5차례로, 모두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총 8천450명의 교원들이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학급관리시스템(LMS) 플랫폼 e학습터 ▶EBS 온라인클래스 ▶쌍방향 화상수업 앱 ▶스마트폰 동영상 제작 및 활용 등에 대한 연수를 받으면서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혁신교육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연수원과 별도로 ‘미래교육 교원 리더십 아카데미’, ‘퇴근길 직무연수’ 등 이곳만의 독특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교원은 물론 일반직과 학부모들에게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편집자 주>

교원들이 혁신교육 연수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원들이 혁신교육 연수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혁신교육원만의 독특한 프로그램

안양시 만안구 능곡로 84에 위치한 혁신교육원은 2017년 폐교된 안양서여자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9월 개관했다. 리모델링 이전까지 율곡연수원 분원에 이어 경기도교육연수원에 소속돼 있기도 했지만 도교육연수원의 규모가 이미 크고, 경기중부지역에 있는 혁신교육원만의 도심 속 연수원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독립됐다.

현재 혁신교육원에 근무하는 직원은 홍정수 원장을 비롯해 23명이며, 강의실은 실습실과 정보화실을 비롯해 총 23개소가 마련돼 있다.

연수를 받고 있는 교원들.
연수를 받고 있는 교원들.

지난해 진행된 자격연수, 직무연수, 정책연수 등 집합연수는 총 132과정으로, 7천433명의 교원이 연수를 받았으며 올해도 총 8천790여 명의 교원들이 받을 137과정의 연수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렇듯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혁신교육원이지만 다른 연수원과는 별도로 혁신교육원만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 40명과 교감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미래교육 교원 리더십 아카데미’는 혁신교육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연수다. 미래 학교의 리더가 갖춰야 할 직무 역량 강화 및 연대와 상생, 협력과 나눔의 학교문화를 위한 리더십을 함양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교육철학 ▶인간존중 ▶리더십 ▶비전 ▶학교문화 ▶교육과정 ▶학교시스템 ▶교육생태계 등 각 미래교육 역량군 및 20개 하위 역량을 규정해 모듈별 교육과정으로 이뤄졌다. 이 밖에도 ▶이론과 실천의 조화와 실행 연구를 중심으로 한 역량 신장 ▶단계별 학습 과정 및 학습 방법의 구조화 ▶디자인적 사고 기반 학교 개선 문제 해결 실행학습 과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미래교육의 방향이나 4차 산업시대의 교육방향에 대한 설명을 진행한 뒤 연수 참여자끼리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다양한 의견과 의문점을 제시하면서 답을 도출하고 함께 고민한다. 강사가 존재하지만 특별히 중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미래교육 형태와 흡사하다.

또 파주에 있는 율곡연수원, 이천에 있는 도교육연수원에 비해 도 중부에 있다는 장점을 살린 ‘퇴근길 직무연수’ 역시 혁신교육원만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38개 과정이 개설돼 900여 명의 교직원이 참여했다.

손 공예품, 통기타, 바리스타 연수부터 유튜브의 교육적 활용 방안까지 다양한 연수가 운영될 수 있다. 강좌는 교직원을 비롯해 학부모, 전문가 등 누구나 개설 신청을 할 수 있다. 매주 화·수·토요일마다 진행되고 있으며, 안양뿐만 아니라 광명·군포·수원·시흥 등 도 중남부지역의 교직원들도 찾고 있다.

해당 연수는 ‘일상의 배움을 응원하는 교육비타민’으로 표현된다. 올해 초 진행된 지난해 퇴근길 직무연수 모집 및 운영 결과에서는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97.9%로 매우 높게 나타나면서 호응도 높다.

홍정수 혁신교육원 초대 원장.
홍정수 혁신교육원 초대 원장.

# "교사 운동이 새롭게 시작될 시기"

혁신교육원 초대 원장인 홍정수(60)원장은 교원들이 혁신교육을 실천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역량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진정으로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과정의 실천을 이루기 위해서다.

홍 원장은 1983년 평택고등학교에서 첫 교편을 잡은 후 화홍고등학교 교감, 시흥매화고등학교 교장을 비롯해 경기도교육청 특성화교육과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시흥매화고 교장으로 근무하던 시기를 인상적으로 꼽는다. 당시 시흥매화고는 학교 주변 인프라 부족 및 정원 미달로 학교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시기로 굉장히 열악했던 상황이었다.

홍 원장은 우선적으로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워 주기 위해 교원들의 모든 체벌을 없애고, 적극적인 지역 네트워크 활동 및 방과 후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면서 교육 효과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절대평가 체제에 대응해 창의·융합교육연구실을 신설해 ▶과학 중점 ▶인문사회 중점 ▶예체능 중점 등을 운영하며 모든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또 교직원 워크숍 및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교사들의 연수비를 늘렸으며, 창의적 교수법 세미나 등을 실시하는 등 교사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역량 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2015년부터는 도교육청 특성화교육과장을 역임하면서 학생 주도의 과학수업을 권고하기도 했다. 교사의 발언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과학수업을 학생이 주도할 수 있게끔 방향을 잡은 셈이다.

이어 특성화고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에게도 본인이 원하면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당시 대학 비진학을 희망하던 약 30%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자칫 교육의 사각지대에 몰릴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었다.

홍 원장은 학생의 행복한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혁신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새로운 방식의 혁신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국가에서 교육과정 편성 권한을 학교로 대부분 이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사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을 동반한 교사운동이 새롭게 시작될 시기"라고 강조했다.

교원들이 혁신교육 연수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원들이 혁신교육 연수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미래 교육 발판 마련을 위한 연수 대상 확대

혁신교육원을 이끄는 홍 원장의 추후 계획은 미래교육 교원 리더십 아카데미 연수를 행정직을 담당하고 있는 일반직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직 역시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있어 역할만 다를 뿐 사실상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위한 미래교육의 올바른 방향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원장은 미래교육을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정의한다. 지금까지 학교와 교사가 우선이었던 교육과 달리 학생의 진로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일선 학교부터 교육청까지 행정직과 교원들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교육력 낭비를 막기 위해 일반직과 교직원들이 같은 비전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교 주변 주민들에게도 점진적으로 교육 관련 상식이나 미래교육, 교육철학 등을 연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교육의 장이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사회까지 넓어짐에 따라 마을교육공동체(꿈의학교) 등을 비롯한 지역에서의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지역 중심 연수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학부모 평생학습 아카데미’를 신규 운영할 계획이다. 해당 직무연수는 360명 규모로 총 3개 과정을 마련한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혁신교육원 1층에 있는 북카페를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항시 개방할 예정이다.

홍 원장은 "학부모 평생교육을 늘리면서 지역사회 주민이 학생들의 교육에 함께 참여하는 게 목표"라며 "학생 중심이 되는 교육·학습의 장 확대를 위한 역량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경기도혁신교육연수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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