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오기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는 등 전례 없던 위기가 닥친 가운데 대한민국의 방역체계가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은 게 대표적이다. 환경 또한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묶인 지구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인도 북부지역에서는 맑게 갠 하늘 덕분에 30년 만에 히말라야 설산이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지구촌 곳곳에서 희귀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영화 같은 이야기도 들려온다. 중국에서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같은 기간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보다 더 많은 생명이 목숨을 보전했다고도 한다. 지독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자연에게는 치유와 안식을 선물한 셈이다.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 50주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온라인으로 중계된 훈화에서 ‘신은 항상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한다. 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스페인 격언을 인용, 환경보호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그간 기후변화 위기를 여러 차례 되새기며 모든 국가가 연대해 대응할 것을 촉구해왔다. 궁지에 몰린 지구가 우리가 감당 못할 역습을 하기 전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일 년에 네 식구가 1L만의 쓰레기를 배출하는,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로도 유명한 비 존슨의 삶을 들여다보자. 그녀는 생활은 가벼워지고 삶은 건강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zero waste life)’를 추천한다.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줄이고, 꼭 필요한 것들은 직접 만들거나 재사용하고,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는 퇴비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 주변 곳곳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필수품으로 챙기는 것은 물론,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매장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프리’를 선언하는 추세다. 나 역시 텀블러와 손수건을 늘 챙긴다.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인천 서구는 유독 ‘환경’과 관련해 열악한 면이 많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와 소각장뿐 아니라 환경유해시설까지 몰려있어 오랜 시간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일상 속 실천’을 하기로 했다. 이를 굳건히 하고자 개청 30주년을 맞은 재작년에 ‘클린 서구, 행복한 서구, 함께하는 서구’라는 비전도 처음으로 선포했다. 무엇보다 ‘클린 서구’를 완성하고자 민관이 힘을 합해 다방면의 활동을 펼쳤다. ‘쓰레기 없는 원년’을 목표로 대대적인 폐기물 정책을 시행한 결과,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동네가 몰라보게 깨끗해졌다’란 구민 분들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악취 민원은 25%나 줄어들었다. ‘해보니깐 되더라’를 몸소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올해 초부터는 ‘2020 서구 환경사랑 실천운동’을 적극 펼치고 있다. 1회용품 사용 억제, 쓰레기 배출 최소화 등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수칙을 담아내 이를 재활용 활성화 정책으로 끌어올리는 중이다. 관내 사업장을 중심으로 ‘환경사랑 실천 우수업소’를 선정해 보다 많은 분들의 동참도 유도하고 있다. 1호점은 관내 6개 매장을 둔 스타벅스코리아다. 이외에도 전국 최초로 ‘악취&미세먼지 통합관제센터’를 개소하고, 미세먼지 없는 친환경 LNG 청소차를 운행하는 등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강물을 끌어와서라도 유지용수(하천의 생태적 기능에 필요한 물)를 늘려 하천을 살리고, 친환경 둘레길인 서로이음길 10코스를 만드는 등 자연 본연의 모습을 복원하는데도 열심이다. 

2020년에 맞춰 환경을 짓밟는 것은 20%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것은 20% 늘린다는 목표 아래 힘차게 추진해 나가는 중이다. 윈스턴 처칠은 ‘연은 순풍이 아니라 역풍에 가장 높이 난다’고 말했다. 전국 최하위에 머물던 서구 환경이 그 변화를 선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는 지구의 긴 역사에 비하면 찰나의 아픔이다. 하지만 때묻은 자연은 우리와 후손이 평생 짊어져야 할 고난이다. 지금부터라도 아픔과 고난의 현 상황을 긍정으로 반전시키자. 인간과 환경의 행복한 공생을 위해 나부터, 가정에서부터,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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