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유창경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2019년 평균 인천국제공항 하루 이용객 수는 약 20만 명이었다. 지금은 4천명 내외라고 한다. 항공사들의 매출이 95% 감소한 것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 달 고정지출 비용이 아무리 졸라매도 6천억 원이라고 한다. 이런 정도의 타격이면 망하지 않을 회사가 없다. 그럼 항공사만 어려운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 또한 운영상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거기에 입주해 있는 면세점도 파리 날리기는 마찬가지며, 지상조업사들도 다 죽을 지경이다. 다른 산업분야도 힘들겠지만 코로나19는 특히 항공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완전히 박멸하든가 아니면 그냥 안고 살아가든가. 언젠가는 코로나19의 끝은 올 것이다. 우리도 조심스럽게 일상을 되찾아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항공 산업은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코로나19의 재유입을 막기 위해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IT 발달은 항공 산업 회생을 더욱 지연시킬 것이다. 고속의 네트워크 서비스에 기반한 첨단 스마트 기기 발달로 이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진 원격 화상회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대중 속으로 완전히 정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들과 어색함 없이 소통할 수 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비행에 최초로 성공한 뒤 수직으로 날아오르던 항공 산업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항공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몇 달 안에 8개나 되는 저비용항공사들은 이합집산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자금지원을 무기로 항공분야 산업 개편을 추진하려고 하는 듯하다. 아마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항공 산업은 이전에 비해 보다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근본적인 질문이 여전히 마음속을 괴롭힌다. ‘다음에 코로나19 같은 또 다른 감염병이 퍼진다면?’ 항공운송은 감염병 전파의 주요한 통로다. 시작은 중국이었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유럽과 미국이 바로 쑥대밭이 된 것은 이들이 항공교통 선진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다 새롭게 만들어질 감염병 확산 차단 매뉴얼의 맨 첫 장에는 출입국 제한 조치가 자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항공수요의 급격한 감소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품고 있는 인천시가 그 타격을 반복해서 가장 크게 받을 거라는 것은 자명하다. 항공수요 감소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그로 인한 타격을 완화시킬 방법은 찾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천공항경제권 구상은 이러한 외부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안이다. 공항주변의 개발을 통한 내수확대를 꾀해 공항 처리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공항사업 다각화를 통해 터미널 중심에서 타 연관산업으로 진출해 매출을 다각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인천시 관점에서는 인천지역 곳곳에 공항연계 서비스, 관광 및 제조 산업을 일으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항경제권 구상이 현실화되고 성공하려면 인천시와 공항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전에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인천시는 인천국제공항을 품 안에 더욱 따뜻하게 보듬어야 한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나라에 모든 것을 떠 넘겨서는 안된다. 더 오랫동안 힘들어 할 인천공항에 대해 지방세 감면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항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조업사들과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피고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온 나라의 재산이지만 좋을 때에 우리를 풍요롭게 해줄 우리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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