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장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원장

21대 총선이 끝나자 언제 선거가 있었냐는 듯 세상은 다시 코로나19 차지가 됐다. 이번 선거 특징은 코로나19 사태에 가려 이렇다 할 정책적인 이슈나 논의도 없었고 후보자에 대해 돌아볼 여유도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유권자가 듣고 볼 수 있었던 것은 방송과 신문에 국한하다 보니 전혀 지역과 연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누구 사람 혹은 무슨 정당에 소속되었다는 것만으로 선택을 강요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려운 인물 평가보다는 단순히 옷 색깔로 청군, 홍군으로 구분해 유권자가 간편하게(?) 당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얼떨떨하기는 당선인도 마찬가지이다. 당의 힘으로 당선됐으니 지역의 대변자로보다는 당의 친위대 역할이 더욱 절실할 것이고, 앞으로 지역보다는 당에 대한 충성 경쟁을 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하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인 삼권 분립의 구성요소 중 정부가 이미 사법과 행정을 관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유일하게 정부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입법이었는데 180석이라는 거대여당 출현으로 인해 이마저도 잃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삼권을 틀어쥔 정당한 독재가 실현된 것이다.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도 정당한 선거 절차에 의해 총통으로 추대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가슴이 섬뜩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더욱 부추긴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인해 전문가들이 예측한 바를 정리하면 질병통제를 위해 거대 국가 권력이 탄생한다는 것이고 거리두기 등으로 공급망 파괴로 인한 경기의 장기 불황이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결국 이런 저런 이유로 국가 권력이 우리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런 절대 권력에 그나마 견제 장치가 바로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나라를 책임지고 시민을 지킨다는 것을 약속하고 당선된 이상 국회의원은 다시 한 번 자기의 역할을 먼저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은 원칙적으로 지역민을 대표해 입법 및 정부의 견제라는 책임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중요한 일은 지역을 위해 중앙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를 상대해 풀지 못하는 일을 지역 국회의원들은 쉽게 해결할 수가 있다. 그래서 지역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나 지역자치단체 그리고 당을 초월해 소통 및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당선인들이 축배를 들기 전에 짚어 보고 가야 중요한 몇 가지 할 일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발전 방향 즉 지역 비전에 대해 본인의 확고한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 발전 기본계획이나 연구보고서를 통해 명확히 지역의 미래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이해하고 있어야 지역에 대한 의견을 펼칠 때 일관성이 있고 또한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면 상호 비교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필요도 있다. 이런 다음 지역 비전을 토대로 자신이 만든 공약을 다시 한 번 손질해야 한다. 개중에는 심사숙고해 만든 여러 공약도 의미 없는 것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고 상대방 후보에게서 제안됐지만 꽤 쓸 만한 공약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 공약이 타당하다고 생각이 들면 과감히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결국 이 모든 일이 지역민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약에 대한 손질과 함께 이를 수행할 있는 지역 추진체 구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직접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또한 중앙정부의 힘도 필요하니 이들을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 전략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소속 당도 초월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종적 그리고 횡적인 다원화된 협력체계도 서둘러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과 지역 대학 그리고 지역 연구자들과 긴밀한 유대 관계 또한 필요하다. 전자가 공약의 추진체라면 후자는 공약 운영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약 추진 인프라가 앞으로 4년간 주어진 임기 동안 지역을 위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문 정치가로서의 안목 또한 길러야 할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가 세계 열강의 중심에 있는 만큼 세계 역사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고 특히 우리 주변국인 한중일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의 역학관계를 또한 이해해야 한다. 인도의 정치가 네루는 감옥에서 아무런 참고서적도 없이 자신의 딸에게 방대한 양의 인도 중심의 세계사를 저술했다. 정치가가 갖춰야 할 것은 역사 안목만이 아니다. 지역경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새로운 기술 발전에 대한 이해도 역시 필요하다. 이러한 이해가 없이는 자신의 논리를 가질 수 없으며 주장 또한 할 수도 없다. 새로운 시대 변화를 이해 못하는 데 어떻게 새로운 법을 만들 수 있으며 정부 정책에 의견을 갖을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러한 자신의 이해와 생각이 없다면 당의 결정에 거수기 역할이나 지역 여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소속 당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에 급급해 한다면 자연히 지역과는 멀어져 지역민들이 얼굴을 돌리게 돼 정치 생명력이 짧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얼굴 (identity)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당선인들은 예전 선거철에서 나타난 국회의원의 구태에서 벗어나 선거를 치를 때 가졌던 겸허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지역에 대한 이해와 정치가로서의 안목을 갖추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국가를 위하는 길이고 지역을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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