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든피겨스와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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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피겨스와 공공의 적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 기호일보
  • 승인 2020.04.2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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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의 숨겨진 천재들의 실화 이야기인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다수의 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미국의 1960년대는 소수의 백인 남성들이 주도하던 시대였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는 용기? 과연 평범한 사람이 편견과 어떤 힘 있는 집단, 힘 있는 사람들과 맞설 수 있을까? 미국과 러시아의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던 시절, 천부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그녀들(흑인 여성들로 천부적인 수학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를 꿈꾸는 여성)이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된다. 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으며, 시간과 다투는 일에서 항상 고생만 하고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이 계속된다. 그 가운데 소련과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을 찾아야 하고 NASA에는 인종 차별과 정규직 관리자와 계약직 근로자의 갈등도 있다. 세 명의 흑인 여성이 차별에 대한 세상의 시선을 바꾸고 매우 큰 영향을, 1960년대 삶의 변화를 상징했다는 사실이 영화를 통해 알려진다. 영화는 인종의 평등과 남녀 평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인종과 평등의 주제 속에 리더가 어떻게 결정하는지도 녹아 있다는 점이다. 

 ‘히든 피겨스’는 여러 측면에서 장벽을 무너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영화의 제목처럼 감춰진 장벽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는 책임자가 있다면 그들이 우리 세상의 영웅이 아닐까? 영웅을 위해 일하고 영웅과 함께, 그 사회 그 조직에 내가 속한다면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가끔은 영화 속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시켜서 세상에 맞서기도 하고 세상과 단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고 그냥 영화일 뿐이라고 마음을 닫는 게 허다하다. ‘히든 피겨스’는 세상의 편견에 맞선 정면돌파의 영화라고 소개됐는데, 우주선 프로젝트의 수장 ‘알 헤리슨(케빈 코스트너 역), 미국 최초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위해 리더로서 겪어야 하는 심오한 감정,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관리자가 아닌 실제 실무자 ‘캐서린 존슨’의 천재성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영화 속 압권이다. 우리도 알 헤리슨 같이, 능력자를 알아보고 그 자리에 일하게 하는 리더가 있는 지 생각해 본다. 공동 목표를 위해 책임자와 중간관리자, 실무자가 차별이 없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나아갈 때 그 조직은 살아있고, 살아갈 것이며 희망이 될 것이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는 경찰 강철중(설경구)이 악당과 맞서고 악당은 돈과 권력으로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심지어 악당은 방해물인 강철중을 보직에서 밀어낸다. 사건이 발생하고 미궁에 빠질 때, 엄반장(강신일 역)은 자신도 사표를 낼 각오로 강철중에 힘을 실어준다. 

 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영화의 공통점인 것은 실무자(강철중과 캐서린 존슨)를 믿고 힘을 실어준 점이다. 영화 속의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맡은 역할에 병들지 않는 원칙과 신뢰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칙과 보편타당성이 기본이어야 한다. 자신을 믿어주고 같이 사표 내줄 윗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행복하게 일하는 힘이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사람을 아끼고 책임지는 윗사람이 많을 때 건강한 세상으로 다가서며, 실무자는 신나게 일하는 관계가 자리 잡는 것이다. 

 영화 속 거대한 프로젝트나 범죄 수사에 대통령이 나서고 국무총리가 나서는 것이 아니라 담당자(센터장)가 자신의 업무를 책임지고 실무자를 신뢰하는 가운데 성공과 악에 맞서는 것이다. 

 "여전히 세상에는 남녀 역할의 구분과 여성이 수학과 공학 분야에 뛰어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자리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듯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선입견에 불과하다."

   - 히든 피겨스의 영화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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