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무대에서 영토를 둘러싼 권모술수의 압권이 ‘형주를 차지하려는 손권과 유비의 갈등’이다. 적벽대전이 끝난 후 유비는 재빨리 형주를 차지했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손권 측에서는 이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사신이 오갔고 결국은 제갈량이 ‘우리 주군의 근거지가 없으니 익주(파촉)를 차지하면 돌려주겠다’는 약속으로 일단 무마했다. 

세월이 흘러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자 손권 측에서는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요구하다가 마침내는 제갈량의 형 제갈근 가족을 볼모로 잡아 압박했고, 유비 측은 절반을 돌려주겠다는 약정서를 보냈다. 이 서류를 들고 제갈근이 형주를 다스리는 관우를 찾아가 절반을 내놓으라고 하자 관우는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형주는 한나라 영토이거늘 어찌 넘겨줄 수 있겠느냐. 나는 지금 밖에 나와 있으니 군주의 명령이라도 듣지 않을 수 있다(將帥外君命有所不受)."

제갈근은 거듭 요구했고 마침내 관우는 칼자루를 잡으며 "더 말하지 마시오. 이 칼에는 눈이 없소" 하고 소리쳤다. 결국 형주를 얻지 못한 제갈근이 돌아갔고 손권은 앙심을 품어 뒷날 조조와 손을 잡고 관우의 배후를 공격하게 된다. 약속을 깨는 제갈량과 호통치는 관우, 형주를 둘러싼 이전투구는 연동형비례제를 둘러싼 여당의 꼼수를 연상시킨다면 과언일까.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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