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이유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그 유명한 첫 문장이다. 남이 쓴 글을 읽고 보면 저 정도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곱씹을수록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통찰력에서 추출된 글이다.

 이 주옥 같은 글귀를 소설 속에만 내버려 둘 리는 만무하다. 생리학으로 과학 인생을 시작해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형님께서 이 문장을 법칙화했다. 이름하여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다. 핵심은 이렇다. 사람들은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의 원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또 각종 야생 동물들이 가축화하거나 하지 못한 이유를 이 법칙을 들어 설명한다. ‘가축화 할 수 있는 동물은 모두 엇비슷하고, 가축화 할 수 없는 동물은 가축화 할 수 없는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가축화 후보종인 148종의 전 세계 대형 야생 초식성 육서 포유류 가운데 양·말·소·염소·돼지·단봉낙타·순록·가얄 등 14종만 ‘가축화’ 시험을 통과하고 나머지 동물은 여전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현재까지 가축화하지 못한 종은 영원히 야생 상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크다.

 야생후보종이 가축화하기 위해서는 식성, 성장속도, 번식, 성격, 버릇, 사회적 구조 등등 수많은 특성들이 들어맞아야 하지만 이 중 단 한 가지만 충족하지 못해도 가축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야당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2주일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실패의 원인을 피하려는 노력보다는 또다시 딴죽걸기라는 실패의 원인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혹 주변에 ‘왜 이리도 패가 풀리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원망을 달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안나 카레니나 제2법칙이다.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행복한 가정은 행복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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