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강옥엽 前 인천시사편찬위원회 전문위원

고려시대는 수도가 개성이었던 관계로 한강 이남에 남아 있는 유적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인천의 경우, 현재 인천광역시 문화재로 등록된 267건 중 고려시대 문화재로 분류될 수 있는 것은 35건이다. 그 가운데 24건이 고려 후기 제2의 수도였던 강화도에 남아 있는 고려궁지, 왕릉, 산성, 탑, 사찰 등이고, 나머지 11건은 연수구의 사립박물관과 사찰에 남아 있는 불경 등 문서자료, 그리고 서구에 소재한 녹청자도요지 등이다. 

특히, 고려 왕릉과 왕실 고분군 외에 고려시대 인물과 관련된 분묘는 현재 3기가 남아 있는데 모두 무인집권기에 활동했던 사람들이다.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이규보와 김취려 장군 묘는 강화도에,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두경승(杜景升) 장군 묘는 영종도에 남아 있다. 

두경승 장군(?~1197)은 고려시대 무신으로 명종 대에 문하시중과 중서령을 역임했다. 특히, 김보당(金甫當)의 난(1173), 서경유수 조위총(趙位寵)의 난(1174)을 평정하고 공적을 세워 상장군(上將軍), 지어사대사(知御史臺事)가 되고, 이후 평장사(平章事), 삼한후벽상공신(三韓後壁上功臣)이 됐으며(1193) 감수국사(監修國史)를 겸했다. 최충헌 집권 시기인 1197년(명종 27) 왕에 대한 충절을 지키다가 제거돼 영종도로 유배된 지 두 달 만에 생을 마쳤던 역사적 인물이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는 두경승 장군의 무인으로서의 강직함과 정직한 성정(性情)을 기록하고 있다.  "만경현(萬頃縣) 사람으로 성품이 질박하고 정직하며 너그럽고 후했으며 문재(文才)는 적었으나 용기와 기력이 있었다"고 하고, 정중부의 난(1170) 때에 무인들 가운데 남의 재물을 탈취하는 자가 많았는데 두경승은 홀로 후덕전 문을 떠나지 않고 털끝만큼도 범하지 않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고대국가가 성립됐을 당시 영종도 지역이 어떤 정치세력에 의한, 어떠한 지명을 갖는 행정구획 아래 있었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당시의 정황을 보여주는 기록에 의하면 기원 4세기까지는 백제, 5세기에는 고구려, 6세기 이후로는 신라의 영향 아래 있었으며, 통일신라시대에는 한산주(漢山州)에 소속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시대에 들어와 영종도 지역은 인주(仁川)에 속했다. 이때부터 이 지역이 문헌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명칭은 영종도가 아니라 ‘자연도’(紫燕島)였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지도(古地圖)에는 백운산(白雲山)일대를 ‘옛 자연의 땅(紫燕古基)’이라 명시했고, 조선시대 영종만호(永宗萬戶)가 이설된 후에도 각종 읍지와 지리지에 자연도로 기재된 것으로 보아 자연도라는 명칭이 근래에까지 혼용돼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초기에 거란의 세력이 커짐에 따라 송(宋)과 통교할 수 있는 육로가 차단된 고려는 명주항로(明州航路)를 열었다. 명주항로는 예성강에서 자연도, 고군산도, 흑산도를 거쳐 중국 명주에 이르는 항로인데 그 중간 거점의 하나였던 자연도에 ‘경원정’이란 객관을 세워 송나라 사신과 상인들을 접대했다. 이러한 사례는 영종도가 해외 교류의 거점이자 주요 교통로로서 역할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고려시대 섬 지역은 주로 육지에서 전쟁과 같은 혼란이 있을 때 주민들이 들어와 사는 피난처가 됐고 또, 유배지 역할도 했다. 몽고의 침입을 피해 선주(宣州)와 창주(昌州)의 주민들이 자연도에 들어왔다는 기록이나 두경승 장군이 영종도로 유배됐던 것은 그러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듯 ‘자연도’와 ‘경원정’으로 대표되는 영종도의 고려시대 자취는 현재 기록으로만 전해질 뿐 특정할 만한 문화유산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영종도 운북동에 소재한 두경승 장군의 묘는 영종도의 고려시대 이야기를 전해주는 귀중한 역사 유적이다. 1898년(고종 24) 및 1938년 발행된 두릉(杜陵) 두씨 세보에도 묘역의 위치가 기록돼 있고, 8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손들에 의해 보존되고 있다. 비록 인걸(人傑)은 간 데 없고 묘역과 역사적 사실로만 남았지만 고려 무신집권기의 시대상과 그 흔적을 증언해 주는 중요 자료이다. 인천의 문화재로 재고(再考)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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