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용 언론인
김명용 언론인

외계인도 아니고 무시무시한 괴물도 아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가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이제껏 지구의 주인은 인간인 줄 알았으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지구의 주인은 단연 바이러스 같다. 전 세계의 강자인 미국도 코로나19의 위력에 생기를 잃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애써 으스대는 듯하나 실제는 아니다. EU 일본 영국 중국 이탈리아 등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바이러스는 전 세계인을 집안에 가두고 있고 도시가 봉쇄되고 국경마저 통제시켰다. 마치 재난 영화 속에 우리가 들어와 있는 듯하다. 인간을 꼼짝 못하게 하는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의심하게 한다. 지구인을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은 바이러스는 세균의 1000분의 1의 정도 크기다. 이 작디작은 바이러스가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으니 인간이 한없이 약한 것 같이 느껴진다. 

바이러스는 전략 무기 중 가장 위협적인 핵 항공모함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미 항공모함 ‘루스벨트’에 이어 프랑스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두 손 들고 작전 지역을 떠나 모항으로 귀환했다. 미 ‘루스벨트’함은 지난 3월 27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대원들을 모두 하선시켰다. 브렛크로저 함장은 이로 인해 경질당했다. 승조원 4천46명은 현재 격리 중이다. 

항공모함은 집단감염에 약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항모 내부 복도나 침실 등의 공간이 좁고 목욕탕 식당 같은 시설도 공동으로 이용한다. 그러니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 보통 항모1대에는 3천여 명의 해군병력과 전투기 조종사 등 5천여 명이 승선한다. 프랑스의 핵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지난 15일 드골함 대원 1천767명 중 66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 확진자 31명은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고 1명은 위독하다. 나머지 대원들은 격리 상태다. 드골함은 즉각 훈련을 멈추고 12일 툴롱항으로 귀환했다. 드골함은 프랑스 해군의 최초이자 유일한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당시 샤를 드골 대통령의 이름을 따 지었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과 프랑스의 대형 항공모함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자 "떠 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라고 혹평했다. 크루즈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그랜드 프린세스호도 코로나19에 감염돼 승객 수백 명이 감염돼 큰 곤혹을 치렀다. 코로나19로 인한 숱한 화제도 뿌리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설명하면서 "제3차 세계대전"이란 표현을 써 비판을 받았고 외출 자제를 호소하며 집에서 쉬는 동영상을 공개했다가 총리가 그렇게 한가하느냐는 비아냥을 받았다. 그의 부인 아키에 여사는 외출 자제를 지키지 않고 우사 신궁을 참배하고 지인들과 벚꽃놀이 등을 즐겨 물의를 빚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가 강조되면서 외국에서는 발코니와 옥상 결혼식이 줄을 잇고 있다. 독일 미국 스페인 이스라엘 레바논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혼부부들은 아파트 발코니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그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해 화상회의 앱인 ‘줌’에 올려 하객에게 중계하기도 한다. 하객은 집 건너편에 사는 주민들이며 이들은 각자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박수와 꽃다발을 보내기도 한다.

레바논에서는 격리돼 있는 여자 친구의 집 발코니에 중장비를 대고 타고 올라가 기타를 치고 노래 부르며 청혼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SAT(대학수학능력시험)와 ACY(대학입학자격시험)를 온라인 시험으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는 집에서 시험을 보지만 컴퓨터에 잠금장치를 설정하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해 방안의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하는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 한다. 실행될지는 미지수나 우리나라는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력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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