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한국국가안전학회 고문
김석규 한국국가안전학회 고문

이천 물류창고 건설공사 현장 대형 화재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스러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38명이라는 인명피해가 난 대형화재 사고 원인이 철저히 규명돼야겠지만 고열로 잿더미가 된 현장에서 정확한 원인규명이 될는지도 우려스럽다. 그래서 더욱 관계당국의 분발이 요구된다. 정확한 원인이 규명돼야만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대책을 강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황으로 냉동·냉장창고의 기능을 위한 우레탄 단열재 분사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에 어떤 원인에 의해 촉발된 불티가 폭발사고를 일으켰다고 한다. 지하 2층 우레탄 분사 작업시간대에 같은 층을 비롯, 동일 건물에 70여 명의 인부가 전기, 용접, 목공 등 화인이 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유증기가 가득찬 지하공간에서 용접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일 뿐만 아니라 작은 충돌이나 접촉으로 인한 스파크의 원인이 되는 작업도 자제돼야 하는데 공기 단축이라는 근시안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한 공간에 동시에 많은 공정을 진행하는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다. 작업이 있기 전에 우레탄 작업에 대한 폭발위험을 알리는 관계기관의 위험진단 통보도 있었다고 하는데 모두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들이 잊을 만하면 동일한 유형으로 반복적으로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근본적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성 멘트와 공사 관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는 등의 뉴스 멘트가 반복되고 또 반복돼 이젠 짜증이 날 지경이다.

이젠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매년 몇 차례씩 콩나물 재배 업자들의 농약 사용이 적발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화나게 했던 시절이 있었다. 유사 반복성이라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근본적 처방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최근 공사현장 대형사고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원인에 따른 대책을 제도적으로 철저히 강구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도 이번 화재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다시는 이런 후진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대형 참사를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수차 다짐을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흥도 낚싯배 충돌,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밀양 세종병원 화재 등 수치스러운 후진형 대규모 인명피해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야는 정쟁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이번만큼은 실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고가 자칫 지역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사회 활동이 증가하면서 전자상거래 시대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추세에 수도권 지역 경제의 큰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물류센터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할 것이다.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건설 경기가 극도로 나쁜 현재 그나마 고용과 생산 활동 지표를 제고시킬 수 있는 물류센터 유치건설이 용인, 여주, 이천 등 수도권 동부지역 경제의 커다란 버팀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비수도권에 비해 너무나 심할 정도의 이중 삼중 수도권 규제 조치로 인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체가 들어오기 어렵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물류센터 산업마저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게 지역 경제를 걱정하는 지역민의 여론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심한 수도권 규제 조치로 오히려 경기 동부지역과 인접한 강원도 원주나 충북 북서부 지역보다도 더 소외되고 지역 발전이 더딘 지역이 경기 동부지역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천물류창고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관계당국에서 유족들에 대한 위로와 후속대책을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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