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가 세상을 삼키고 있다. 우리의 모든 것이 변했다. 마스크는 생필품이 된 지 오래고 소상공인은 물론 거대 기업조차도 파산 지경으로 아우성이다. 정말 우리 일상 생활부터 산업 구조 전체가 통째로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는 새로운 역사를 생성하기 마련이다. 위기에 적응함에 따라 우리 생각이 변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생활양식 자체 역시 변하게 된다. 또한 새로운 관습이 나타나게 돼 소위 새로운 문명이 생성되는 것이다. 결국 어떤 측면에서 보면 위기에 의해 생성된 것이 문명이고 이를 축척해 간 것이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역시 새로운 역사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인류의 커다란 위기는 대부분 전쟁, 질병 그리고 기후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혹독한 위기를 겪은 이후에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을 창출해 내곤 했다. 예컨대 페스트 창궐 이후에 이태리를 중심으로 부흥한 르네상스 시대가 그랬고 세계 1차 그리고 2차 대전 이후에 세계는 놀라운 경제 부흥과 달에 사람을 보내는 등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코로나19 위기는 기존의 우리 생각부터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강국(强國)을 예로 들어 보자.  강국은 근대에 들어 힘의 논리로 정의된 국가 개념이다. 그런데 미국과 같은 패권 국가는 물론이고 서구의 모든 열강들도 보이지도 않는 전염병에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질병에 대해 안전한 국가가 더욱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제는 어떤 국가가 강국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제 설령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 해도 세상은 예전처럼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리 생각이 바뀌고 새로운 생활 양식이 보편화되고 있는 이상 앞으로도 새로운 환경을 더욱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 여파로 우리 주위의 환경 즉 생활과 문화 그리고 모든 산업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기회가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가? 

 여기에는 변화를 끌고가는 조직 리더의 역량과 아울러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내부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리더가 중요한 것은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기회를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리더의 역량이고 선택된 기회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직화 하는 일 또한 리더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코로나19의 새로운 세상에 적합한 리더의 혜안과 역량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이다. 아마도 코로나19 이후 조직의 리더는 조직 관리 능력도 중요하지만 오지의 탐험대 대장처럼 전혀 새로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의 생각과 적응력 역시 중요하다. 리더가 방향을 결정한다 해도 내부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안되면 결국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변화에 대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결국 쇠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화약을 발명한 중국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오히려 화약을 이용해 대포를 만든 서양에게 망했던 것이다. 이러한 여건들이 충족됐다면 먼저 코로나 19 이후 사회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연구가 돼야 구체적인 대안 즉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사람들의 새로운 행태를 분석하고 여기에 적합한 산업과 의미 없는 산업을 조정해야 하는 등 구체적인 정책을 고안해야 하고 이러한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등의 사회적 토대 또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국가적 차원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조그만 조직이나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당연히 퇴출되는 것이고 개인도 사회 불능자가 되기 마련이다. 

 배달천국 시대에 호화판 음식점이나 비대면 시대에 능수 능란한 사교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거를 돌이켜 보면 새로운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해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가 생존과 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아 왔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강자는 세상을 누가 먼저 읽고 준비하는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국가와 조직을 중심으로 다시 재편될 것이고 결국 이들 조직만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생존하게 되고 또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역병을 퇴치하는 것으로도 힘에 버겁고 어려운 일이지만 남들보다 앞서 새로운 기회를 준비해야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지금이 준비할 바로 그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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